좋은 말씀/-매일 묵상

주기도(3)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6. 20. 05:29

     지난 이틀 동안의 주기도 묵상을 읽으면서 속으로 ‘그게 다는 아닌데...’ 하는 그대의 마음이 내게 전달되는구려. 일용한 양식에만 머물면 결국 오늘과 같은 세속사회에서 버텨낼 수 없는 거 아니냐, 하고 말이오. 옳소. 지금 우리는 한가롭게 일용할 양식 타령을 해도 좋을만한 처지가 아니오. 자식을 남부럽지 않게 키우려면 최소 10년의 양식은 비축해놓아야 하오. 노후 설계도 해야 하오. 우리가 수도원이 아니라 세속사회에서 산다면 문자의 차원에서 ‘일용할 양식’만을 위해서 살 수는 없소. 생각을 잘 하시오. ‘일용할 양식’이 세속의 삶을 모두 부정한다는 의미는 아니오. 생명의 원초적 깊이로 들어가야 한다는 뜻이오. 더 나가서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는 자기만이 아니라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일용할 양식을 걱정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는 삶의 결단이기도 하오. 나의 일용할 양식만이 아니라 너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서도 기도하는 거요. 그렇게 사는 거요.

 

     요즘 대한민국은 쌀이 남아돌아 가축의 사료로 써야 하는 거 아니냐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고 하오. 북한은 일용할 양식이 없어서 고통을 받고 있소. 인도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던 북한 지원이 모두 끊겼소. 종교단체들의 방북신청도 남한 정부에 의해서 모두 거부되었소. 형은 배가 불러서 터질 지경인데, 동생은 배를 곯고 있는 상황이오. 남북 관계에는 아주 복잡한 생각들이 뒤엉켜 있소이다. 동생도 동생 나름이지 형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 난 동생인데, 어떻게 도와줄 수 있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소. 최소한 그들이 잘못을 인정해야만 도와줄 수 있는 것 아니냐 하는 사람도 있소. 또는 동생의 버르장머리를 고치겠다고 작심하는 사람들도 있소. 그들을 도와줘도 모든 게 북한 주민에게 돌아가기보다는 김정일 정권 고위 인사들에게 돌아가거나 군사용으로 오용된다고 주장하기도 하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이해 못할 것도 없소. 그렇게 압박을 가하는 방식으로 북한을 개혁 개방으로 이끌어내고 실질적인 통일의 길을 당길 수 있을지도 모르오. 지금 나는 ‘주기도’가 말하는 일용할 양식을 말하는 중이오. 정치적인 관점이 아니라 신앙적인 관점이오. 정치 역학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의 역학이오. 그 나라를 생각하려면 최소한 모든 사람이 일용할 양식을 걱정하지 않는 나라를 지향해야 한다는 사실을 전제해야 하오.

 

     주기도를 입에 달고 사는 남한교회가 최후의 심판에서 무슨 대답을 할지 궁금하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라고 했소. ‘나의’ 일용할 양식이 아니라 ‘우리의’ 일용할 양식이라오. 남한만의 양식이 아니라 북한을 포함한 양식이오. 거지 나사로가 죽어서 아브라함의 품에 안기고 부자는 죽어서 지옥에 갔다는 예수님의 말씀이 마지막 심판과 연관해서 생각나는 까닭은 무슨 연유인지.(2010년 7월22일, 목, 폭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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