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한국교회의 미래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5. 13. 06:30

한국교회의 미래

 

그대는 한국교회의 미래를 어떻게 예측하시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사실 부질없는 일이긴 하오. 미래는 열려 있으니까 아무도 예측할 수가 없다오. 기껏 80년을 사는 사람이 무슨 미래를 말할 수 있겠소. 5년이나 10년 후는 어느 정도 내다볼 수는 있을 거요. 운이 좋으면 50년 후의 일도 어느 정도 내다볼 수도 있소. 그러나 더 이상의 미래는 예측 불가능이오. 지금 한국교회의 미래를 말한다는 것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한다기보다는 오늘의 교회를 말한다는 의미라오. 오늘 한국교회가 미래 지향적이냐, 교회의 본질에 부합하려고 애를 쓰고 있느냐, 하는 질문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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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IN> 최근호(131호)에 실린 ‘대형교회, 대형 마트 닮아가는가’를 보셨소? 가장 모범적이었던 ‘사랑의 교회’가 초심을 잃어버렸다는 내용이오. 저널의 속성 상 깊이 있게 다루지는 못한 기사였는데, 핵심은 이런 거요. 대형 마트의 속성을 따라가는 한국의 대형교회에 대한 비판이오. ‘사랑의 교회’를 한 예로 든 거요. 동네 슈퍼를 잠식하는 대형마트처럼 대형교회도 역시 동네의 고만고만한 교회를 잠식할 수밖에 없다는 거요. 교회도 결국 빈익빈부익부 현상에 사로잡히게 될 거라는 주장이오.

 

이런 주장들은 새로울 것도 없소. 고객의 입장에서는 똑같은 상품을 가능한 싸고 편리하게 구입할 수만 있다면 대형마트든지 소형 슈퍼이든지 상관이 없는 거요. 동네 슈퍼를 살리기 위해서 좀 비싸더라도 동네 슈퍼를 이용할 사람은 많지 않소. 실제로 대형 마트의 편리성은 많소. 한 군데서 쇼핑을 끝낼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일 거요. 아이 쇼핑도 거기에 한몫 거드오. 요즘은 대평 마트 식품 판매대에서 맛보기 이벤트도 많이 여는 가 보오. 젊은 부부가 주말에 대형 마트를 들리는 일은 거의 취미생활처럼 자리를 잡아가는 게 아닌지 모르겠소. 이런 상태에서 동네 슈퍼의 몰락은 불을 보듯 분명하오. 대형교회는 대형 마트와 그 속성이 똑같소. 그 내용을 여기서 반복하지 않겠소.

 

여기서 우리의 질문은 몇 가지로 구분할 수 있소. 대형 교회가 문제라고 한다면 작은 교회는 건강한가, 하는 것이 하나이고, 이런 작은 교회의 몰락이 정말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서 부정적이냐, 하는 것이 다른 하나이고, 이걸 막을 방법이 있느냐, 하는 것이 세 번째 질문이오. 대안이 무엇이냐, 하는 질문도 필요할 것 같소. 이것을 충분할 정도로 설명하려면 신학 석사 학위 논문 정도의 수고가 필요할 것 같소. 여기서는 감당 불가요. 나중에 기회가 되는 대로 조금씩 살펴보십시다.

 

지금은 한 가지만 관점만 그대에게 전하고 싶소. 복음은 상품이 아니라오. 상품은 사람이 만들고 포장해서 고객들의 마음에 들게 하면 그만이오. 많이 파는 것이 그것의 목적이오. 그러나 복음은 하나님의 행위라오. 많이 파는 게 목적이 될 수 없소. 하나님의 뜻에 따르기만 하오. 이런 말이 그대에게는 공허하게 들릴지 모르겠소. 자본과 경쟁이 최고의 가치로 대두된 이 시대에 패배주의적 발상이라고 말이오. 더 긴말은 하지 않으리다. 한국교회가 상품논리, 경제논리로부터 벗어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말로 오늘 이야기는 끝내겠소. 편안히 잠을 청하시구려. (2010년 3월18일, 목요일, 비, 맑음, 꽃샘추위가 있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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