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하나님 나라(15)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5. 12. 06:55

'하나님 나라는 인간에 의해서는 수립되지 않을 것이다. 그 하나님 나라는 가장 뚜렷하게 하나님 나라로 드러나야만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아직 궁극에 이르지 못한 단계에서 인간에게 가능한 차원 그 이상으로 인간이 자기를 나타내려고 하는 모든 시도는 불가피하게 인간을 그 이하로 떨어뜨리고 말았다. 사람이 자기 능력에 대한 환상의 희생물이 될 때 그는 높아지는 게 아니라 전락하는 것이다.'(115)

 

그대는 지금 하나님 나라를 어떤 개념으로 대하고 있으시오? 하나님 나라는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라오. 지금 우리는 그것에 대해서 계속 판넨베르크의 설명을 따라가고 있소이다. 그대에게 하나님 나라에 대한 실증적인 대답을 찾으라고 말하는 게 아니오. 그것은 그런 방식으로 주어질 수 없소. 그런 방식으로 대답을 찾으려는 이들이 바로 열광적 혁명주의자들이라오.

 

종교개혁 시대에 대립했던 토마스 뮌처와 루터 사이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이 바로 이것이었소. 뮌처는 농민전쟁을 통해서라도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당겨보려고 있다면 루터는 그런 방식이 오히려 인간 삶을 파괴한다고 본 것이오. 뮌처의 방식은 인간의 능력보다 더 큰 것을 인간에게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오.

 

다시 물읍시다. 하나님 나라가 무엇이오? 하나님 나라가 완전하게 드러나는 순간이 되어야 그 대답을 알 수 있소이다. ‘아직’은 아니라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에 의해서만 수립되기 때문이라오. 또한 하나님 나라는 곧 하나님 자체이기 때문이라오. 하나님이 완전하게 자신을 나타내지 않으셨다면 하나님 나라도 그렇기 때문이라오.

 

그렇다면 하나님 나라의 도래를 위해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말이냐, 하는 질문이 가능하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지금 논란을 벌이지 맙시다. 그것보다 더 앞서 정리되어야 할 문제들이 많으니 말이오. 그런 순서를 거치지 않으면 우리의 생각은 뒤죽박죽이 될 거요.

 

그 무엇보다도 앞선 문제는 위에서 인용했듯이 하나님 나라는 사람에 의해서 수립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라오. 이렇게 생각해보시오.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또는 만유인력을 사람이 바꿔놓을 수 있겠소? 우리가 태양과 같은 별을 또 하나 만들 수 있겠소? 그것은 우리의 능력을 근본적으로 벗어나는 우주론적 능력이라오. 하나님 나라는 하나님에 의해서만 우리에게 오는 하나님의 능력이라오.(2010년 3월15일, 월요일, 비, 흐림, 잠간 햇살, 오후 내도록 ‘복음과 상황’ 기자들과 함께 지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