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는 간혹 어지럽다고 느끼는 적이 없으시오? 빈혈이 있는 사람이나 갑자기 어려운 일을 당한 사람은 당연히 어지럼증을 느낄 거요. 건강한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너무 심한 운동을 하고 난 후라든지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몇 끼니를 굶었을 경우에 순간적으로라도 어지러움을 느낄 거요. 롤러코스터(궤도열차)를 타보셨소? 나는 그럴 기회가 없었소. 화면으로만 봐도 어지러울 것 같소.
그런데 말이오. 지금 우리가 얹혀살고 있는 지구가 얼마나 빨리 움직이는지를 생각하면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을 수 없소이다. 지구는 하루에 한번 자전을 한다잖소. 적도를 중심으로 계산하면 지구는 24시간 만에 4만 킬로미터를 움직이는 셈이오. 시속 1,667킬로미터의 속도요. 가장 빠른 기차인 KTX가 시속 3백 킬로미터인 것과 비교해 보시구려. 다섯 배 빠르오. 국제선 여객기는 시속 1천 킬로미터라오. 지구는 비행기보다 빨리 자전을 하고 있는 셈이오. 공전 속도는 아마 그것보다 10배는 더 빠르지 않겠소? 우리는 이런 지구라는 혹성을 타고 지금 롤러코스터 놀이를 하고 있는 중이라오. 그러니 우리가 어찌 어지럼증을 느끼지 않을 수 있겠소.
우리의 삶이 이와 비슷하다는 걸 그대도 알고 있을 거요. 그런데 눈앞에서는 그 속도를 느끼지 못한다오. 마치 우리가 비행기 안에서는 속도를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소. 그러나 조금만 멀리 떨어지면 너무 빨라서 놀라지 않을 수 없소이다. 비행기 밖에서 보면 비행기가 얼마나 빠른지 알 수 있는 것과 같소. 대개의 사람들은 말로만 인생이 빠르다고 하지 실제로 느끼지는 않소. 또는 느끼기는 하지만 그런 경험을 삶과 일치시키지는 않소. 이것은 머리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오. 인격적이냐 아니냐와도 상관이 없소. 진리를 직면하는가, 아니면 외면하는가의 문제라오.
법정 스님의 다비식이 오늘 있었다 하오. 그대는 그 장면을 보셨소? 나는 못 봤소이다. 법정, 하면 <무소유>가 떠오르오. 그것이 출가하지 않고 재가 상태에서 실제 가능한지 아닌지는 여기서 말하지 맙시다. 우리의 인생이 한 순간이라는 사실을 직면한 사람에게는 무소유가 정답이라오. 그건 원하든지 않던 상관없이 사람은 모두 무소유로 돌아가고 만다오. 죽었을 때만이 아니라 사실은 살아있을 때도 우리의 소유는 근본적으로 없다고 봐야 할 거요.
그런데 사람들이 왜 그렇게 소유에 집착하는지, 궁금하오? 당신은 그런 무소유의 삶을 살고 있느냐고 묻고 싶소? 화살이 날아가는 것과 같이 한 순간의 짧은 삶이니, 더욱 소중하게 살아야 한다는 말로 끝냅시다. 삶 경험은 어지러움이오.(2010년 3월13일, 토요일, 맑음, 거실 가득 꽃이 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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