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하나님 나라(13)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5. 11. 06:43

하나님 나라(13)

 

'그리스도의 통치는 세계 안에 조직으로 자리하는 교회의 존립과 동일시될 수 없다. 교회와 그리스도의 나라를 신학적으로 동일시함으로써 하나님 나라와 어울리지 않는 교직자들의 목적에 봉사해왔다. 많은 교회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진리를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진리의 궁극적 기준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들이 그리스도의 나라와 불가분리로 연관되기에 모든 교회 조직이 잠정적인 성격을 지닌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은 세계의 최종적 미래를 끌어오기 위해 도래하는 하나님 나라 앞에 겸손히 서지 못한다. 교회가 자기를 하나님 나라의 현재적 형태로 오해하기 때문에 하나님 통치는 흔히 교회 밖 세속적 세계 안에서, 그리고 종종 교회에 대항해서 자기를 나타내지 않을 수 없었다.'(108)

 

오늘 우리는 조금, 아니 심히 불편한 진실을 직면해야겠소이다. 가시적 교회가 하나님 나라와 일치하는 게 아니라는 진실 말이오. 그렇게 착각함으로 교회 지도자들의 종교적 목적에 일반 신자들이 맹목적으로 매달린다는 진실 말이오. 교회의 체제와 질서가 잠정적이라는 진실을 말이오. 그것을 인식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지난 교회의 역사에서 교회가 자기 절대화에 빠졌다는 진실을 말이오.

 

그대는 오늘 한국교회에 강력한 ‘안티-기독교’ 세력에 휩싸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 거요. 가톨릭이나 불교에 대한 안티 세력은 미미한데 비해서 개신교회에 대한 안티 세력은 강력하고 조직화하고 있소이다. 이런 현상에 대한 진단을 그대는 어떻게 내리시겠소? 오늘 우리의 주제에 따르면 한국의 기독교가 자신을 하나님 나라와 일치시키고 있다는 사실에서 그것을 찾아볼 수 있소. 결국 영적으로 교만하게 되는 거요.

 

이것만은 분명하게 알아 두는 게 좋소이다. 하나님 나라는 교회 안에서만이 아니라 교회 밖에서도 자유롭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말이오. 교회가 자기를 절대화할 경우에 하나님 나라는 위에서 판넨베르크가 지적하듯이 교회를 대항해서 자기를 나타내기도 한다오. 이러니 우리가 교회보다는 하나님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게 당연한 일이 아니겠소. 그렇다고 우울하게 생각하지는 마시구려. 인류의 미래인 하나님 나라에 교회가 종속될 때만 교회의 본질이 살아나는 법이라오.(2010년 3월11일, 목요일, 햇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