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이제 우리가 강의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5. 11. 06:35

“이제 우리가 강의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

 

그대는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가톨릭 사제들의 기자 회견이 3월8일 오후 2시에 명동성당 들머리계단에서 열렸다는 뉴스를 보셨소? 나는 보았소.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가 주관한 선언과 실천에 참여한 사제들의 숫자가 물경 1천 1백 명이 넘는데, 그중에는 교구를 책임지고 있는 주교 5명도 포함되었다 하오. 노회장이 참가한 경우요.

 

4대강 사업 중단을 위한 일에는 개신교회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가톨릭교회처럼 조직적이거나 광범위하지는 못하오. 지금도 ‘생명의 강 살리기 사순절 금식기도회’를 릴레이식으로 드리고 있소이다. 나는 뒤에서 마음으로 응원만 할 뿐이지 직접 참가하지는 못하고 있소. 나는 대구 경북의 지역 활동에만 참석하고 있는 형편이오.

 

혹시 그대는 4대강 사업이 왜 문제인지, 왜 그렇게 극성스럽게 반대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오? 옛날부터 강을 잘 다스리는 게 임금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로 여겨졌소. 현대에도 여러 나라에서 강을 이용하고 있소. 수력발전소를 건설한다거나 운하로 이용하기도 하오. 지금 정부도 좋은 뜻으로 강을 보호하고 개발하기 위해서 4대 강 살리기를 펼치고 있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는 거 아닌가, 하는 주장이 가능하오.

 

나는 지금 이런 문제에 대해서 구구하게 말하지 않겠소. 그대는 이미 전반적인 상황을 눈치 채고 있을 터이니 말이오. 한 가지만 말하겠소. 이 문제는 기본적으로 철학의 문제요. 강과 자연을 무엇으로 여기는지 하는 세계관에 속하오. 강을 단순히 이용할 대상으로 여기는지, 아니면 강을 생명의 인격체로 여기는지 하는 문제요. 전자에 속한다면 단시일 내로 파헤쳐서 사람이 원하는 방식으로 바꿔버리고 말거요. 후자에 속한다면 아주 천천히 강의 상태를 살피면서, 마치 아이를 키우듯이 조금씩 도와주는 방식으로 접근할 거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말합시다. 아래는 천주교연대가 발표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전국 사제 선언문 전문이오. 참고하시오. (2010년 3월9일, 화요일, 비, 바람, 흐림, 또 비)

 

“이제 우리가 강의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

 

오늘 저희 사제들은 우리 시대의 죄를 뉘우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분명 저희 사제들이 느끼고 있는 오늘날 이 시대의 모습은 죄악의 상황입니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걱정하고 반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침없이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자 젓줄인 4대강을 파헤치는 죄. 그 죄를 덮기 위해 실정법도 어겨가며 무리하게 진행하는 대통령을 비롯한 위정자들. 그리고 그 사업에 동참 하고 있는 토건업자들의 죄. 국민들의 뜻은 외면하고 죽임의 사업을 마치 살림의 사업으로 이야기하고 동참하고 있는 정치인들의 죄. 강을 죽이며 벌어지는 생태계, 문화재 등의 파괴 상황을 외면하고 오히려 돕고 있는 전문가들의 죄. 그리고 이 모든 고통의 상황을 철저히 외면하고 보도하지 않고 있는 언론의 죄. 그리고 이 같은 죄의 상황을 느끼지 못하고, 마치 남의 일인 양 생각하고 무관심했던 우리 사제들의 죄를 고백합니다.

 

오늘 우리는 이 죄의 굴레를 끊기 위하여 전국 사제들의 이름으로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정의롭지 못한 시대적 상황에 그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것이 바로 예언자의 소명이고, 스승 예수님의 가르침이기 때문입니다. 구약의 에제키엘 예언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에제키엘 47,9) 구약의 에제키엘 예언자가 활동하던 시절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시기였습니다. 참혹한 시기, 예언자 에제키엘의 메시지는 예루살렘의 멸망을 자초한 이스라엘의 죄악에 초점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에제키엘 예언자는 파멸이 아닌 이스라엘의 구원을 힘주어 선포했습니다.

 

오늘 저희 사제들도 에제키엘 예언자의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우리 역사 상 가장 참혹한 자연의 죽음 앞에 생명의 고귀한 가치를 새삼 깨달으며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우리 모두의 어머니이며 젓줄인 강의 말 못하는 고통을 대신 말하고자 모였습니다. 강가의 계곡이 포클레인으로 벗김을 당하고 있습니다. 강변의 오솔길이 대형트럭으로 짓밟히고 있습니다. 수 천 년 우리 곁에서 흐르던 강물이 만신창이로 파헤쳐 흙탕물 되어 죽어가고 있습니다.

 

오늘 우리는 이러한 4대강의 죽어감이 바로 우리 모두의 무관심에서 비롯되었음을, 그리고 이것이 자연에 대한 우리 모두의 죄였음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생명임을 고백합니다. 이제 이 죽음의 상황을 끊어야 합니다. 그만두지 않는다면 이 강의 죽음은 결국 우리에게 대재앙으로 되돌아올 것입니다.

 

우리가 그 고통을 피하려면 지금 당장 4대강 죽이기 사업을 멈추어야 합니다. 우리는 강을 지키기 위하여 강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가 상처 입힌 강의 아픔을 내 아픔으로 느낄 때 우리에게 희망이 있습니다. 이제 우리가 강의 위로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 사제들은 강의 위로가 되기 위해 다음과 같이 다짐합니다.

 

첫째. 우리 사제들은 개발의 고통 속에 신음하고 죽어가고 있는 4대강에서 전국의 천주교 신자들과 사제들이 모여 ‘생명, 평화미사’를 봉헌할 것입니다. 사제 개개인도 신자들과 함께 강으로 나갈 것입니다. 지금도 저희 사제들은 팔당 두물머리에서 유기농지보전과 강 살림을 위해 매일 오후 세시, ‘생명, 평화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4대강의 평화를 지켜내기 위해 저희 사제들은 강에 머무를 것입니다.

 

둘째. 4대강 사업은 국가 재정법, 하천법, 환경영향 평가법, 문화재 관리법을 위반하는 불법사업이며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사업이기에, 우리 사제들은 4대강 사업 전면 재검토를 위한 '국민서명운동'에 함께 할 것입니다.

 

셋째. 우리 사제들은 올 6월에 있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 죽어가는 강을 살리고자 하는 후보들을 지지 할 것입니다. 이것은 정치적인 목적이 아닌, 생명에 대한 사제적 양심의 선택입니다. 4대 강과 모든 생명을 살리고자 애쓰는 지역의 일꾼들을 지지하고 선택할 것입니다.

 

넷째. 오늘 우리 사제들의 선언과 다짐은 4대강 사업이 멈출 때 까지 끊이지 않을 것입니다. 이 정부가 4대강 사업을 그만두는 그 때까지 전교구와 수도회의 사제들은 신자들과 한 마음으로 끝까지 생명을 살리는 길을 찾고, 행동으로 옮길 것입니다.

2010년 3월 8일

 

 

전국 사제 1,500인 선언 참여자 일동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천주교 연대

[참여단체:서울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서울대교구환경사목위원회,서울대교구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의정부교구환경농촌사목위원회,인천교구정의평화위원회,인천교구환경사목위원회,인천교구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인천교구가톨릭환경연대,수원교구정의평화위원회,수원교구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톨릭농민회수원교구연합회,원주교구정의평화위원회,대전교구정의평화위원회,광주대교구정의평화위원회,부산교구환경사목위원회,부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마산교구정의평화위원회,대구교구평화연대,안동교구생명환경연대,천주교창조보전연대,수원교구공동선실현사제연대,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