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하나님 나라(10)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5. 10. 03:52

하나님 나라(10)

 

교회의 중심적인 관심사와 교회론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적 주제는 하나님 나라이다. 즉 교회가 예수의 메시지에 대하여 계속적으로 충실하고자 한다면 하나님 나라가 교회의 중심적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예수의 선교에 의하면 하나님 나라는 세계의 미래, 즉 온 인류의 미래를 지시하고 있다. 예수의 메시지는 분명히 신자들이 꾸리는 공동체의 미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회를 새로운 하나님의 백성, 또는 새로운 이스라엘이라고 말할만한 어떤 근거들이 있는가? 이런 질문에 정당한 대답을 제시하려면 교회가 본질적으로 하나님 나라와 관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전제해야만 한다. 여기서 말하는 하나님 나라는 우리가 기대하는 전 세계의 미래이다.(101)

 

그대는 교회와 하나님 나라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보셨소? 지금 한국교회의 상황에서만 말한다면 두 가지 극단주의가 자리하고 있소이다. 하나는 교회를 하나님 나라와 극단적으로 일치시키는 시각이오. 교회를 유일하게 구원받을 수 있는 구약의 방주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소. 이런 생각은 잘못이오. 교회는 하나님 나라와 일치하지 않소. 왜 그런지는 간단히 다음과 같은 문제를 생각하면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요. 하나님 나라는 절대적이지만 교회는 절대적이지 않소. 하나님 나라는 구원의 능력이지만 교회는 구원을 받아야할 죄인들의 모임이라오. 하나님 나라는 심판의 주체이지만 교회는 심판의 개체라오. 약간의 신학적인 소양이 있다면 교회가 하나님 나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거요. 문제는 그걸 인정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그런 태도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에 있소. 교회의 절대화가 어느 정도로 공고한지 긴말을 할 필요도 없소. 교회의 단일성과 보편성이 교회의 본질인데도 그것이 한국교회에서는 부수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소이다. 150 여개의 교파로 분열된 한국교회의 현실을 보시구려.

 

다른 하나는 교회를 하나님 나라와 완전히 단절시키는 시각이오. 이런 시각은 주로 현실 교회를 부정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소. 가깝게는 무교회파가, 멀게는 반(反)기독교 단체가 그렇소. 민중교회나 평신도교회도 약간 색깔과 강도가 다르지만 비슷한 경향을 보이고 있소. 이들은 2천년 기독교 역사를 부정하오. 하나님 나라를 민중의 역사나 개인의 실존적 신앙경험에서 찾는 거요. 이들로 인해서 보수적이고 자폐적인 교회가 새로워지는 계기가 주어지기는 했으나 교회와 하나님 나라의 관계를 오해하고 있는 또 하나의 극단이 아닌가 생각하오. 이들의 잘못은 교회가 하나님 나라를 온 세계의 미래로 받아들인다는 사실을 놓치고 있다는 것이오. 대신 현실 교회에 나타난 오류에만 집착하고 있소.

 

앞에서 짚은 대로 교회가 하나님 나라와 깊이 연루된다는 사실을 말하기는 어렵지 않소. 그것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고 하더라도 시늉은 낼 수 있소. 다른 한편으로 그것에 대해서 진정한 입장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그렇게 목회를 하거나 신앙생활을 하기는 간단한 게 아니라오. 그 이유는 하나님 나라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가 없거나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라오. 하나님 나라(바실레이아 투 데우)가 ‘이미’ 왔으나 ‘아직’ 기다려야 할 하나님의 종말론적 통치라는 사실을 낱말 뜻으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소? 이에 대한 공부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오. 그래서 지금 내가 그대에게 판넨베르크 선생의 말을 인용하면서 그것에 대해서 조금씩 설명하고 있는 거라오.

 

그런 거 몰라도 목회에는 아무 상관이 없다고, 신앙생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아니 더 나아가서 그런 것을 모를수록 목회를 더 열심히 할 수 있고 신앙생활에 더 열정적일 수 있다고 생각하시오? 정말 그렇다고 생각하면 그런 식으로 살아가시구려. 이런 논란이 무슨 대수겠소. 주님의 은총은 그대의 전체 존재를 비추고 있으니 말이오.(2010년 3월5일, 금, 잔뜩 흐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