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피겨스케이팅과 서커스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5. 9. 06:06

피겨스케이팅과 서커스

 

그대도 역시 김연아 선수가 지난 2월26일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 독보적인 점수로 금메달을 따는 장면을 티브이로 보았을 거요. 실황으로 못 봤다면 그날은 티브이가 김연아에 대한 뉴스로 도배하다시피 했으니 나중에라도 보았을 거요. 결과로만 본다면 너무 싱거웠소. 김연아 선수와 라이벌이었던 일본의 아사다 마오 사이에 점수 차이가 엄청났소. 김연아 선수의 점수는 올림픽 역사상 최고점이라니, 그 결과는 당연한 거 아니겠소. 그래도 비슷한 점수로 등수가 갈려야 승리의 맛이 더 강렬한 법인데, 시시하게 끝나게 말았소. 한국 사람의 입장에서 본다면 넉넉하게 이겼으니 기분이 더 좋을 수도 있긴 하오만.

 

이번 피겨스케이팅 시합을 보면서 두 가지를 생각했소. 하나는 사람이 저렇게까지 애를 쓰고 살아야 하나, 하는 물음이었소. 스케이트 날 하나에 몸을 의지한 채 온간 종류의 기술을 펼치기 위해서 선수들이 어느 정도의 강도로 훈련을 했을지 긴 말을 할 필요도 없소. 김연아 선수로 인해서 한국이라는 이름에 세계에 알려지고, 한국 사람들의 마음이 즐거웠던 것만은 분명하지만, 그리고 많은 이들이 김연아 선수에게 열광적인 환호를 보내주긴 했지만, 내 눈에는 김연아 선수가 애처로워 보였소.

 

다른 하나는 얼음판 위에서 온갖 기술을 선보이는 피겨스케이팅 시합이 마치 서커스 같아 보였다는 거요. 트리플 엑셀을 선보이는 피겨스케이팅 선수와 공중 세 바퀴 돌아 건너편 그네로 날아가는 서커스 단원이 비슷해 보였소. 양쪽 모두 신기에 가까운 기술을 보여준 거요. 양쪽 모두 인간 승리 아니겠소?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양쪽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전혀 다르다는 것이오. 김연아 선수 못지않은 그네타기 실력을 갖춘 서커스 단원은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로 살아가오. 그런 단원들이 아마 북한 곡예단에도 많을 거요.

 

동계올림픽을 독점 중계한 SBS 티브이는 이번에 김연아 선수로 인해서 광고 수입을 백억 이상 올렸다는 말이 있소. 결국 모든 게 자본의 원리라는 말이 되는 거요. 피겨스케이팅은 자본주의의 꽃, 또는 그 열매인지 모르겠소. 모든 걸 돈의 가치로 평가받지 않는 그런 사회가 언제쯤 올 것 같소?(2010년 3월3일, 가는 햇살,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