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주한미군에 관해서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5. 10. 03:57

주한미군에 관해서

 

그대는 대한민국 영토에 미군이 60년 이상 주둔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오? 1945년 9월8일 미군이 일본군의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서 인천에 처음 들어왔다 하더이다. 9월29일에는 부산으로, 10월8일에는 목포로 미군이 들어왔소. 1948년 남한에 정부가 수립된 후 미군은 철수를 시작하여 1949년 6월에는 대부분의 병력이 남한 땅을 떠났다 하오. 이런 상태는 오래 가지 못했소. 6.25 남북전쟁으로 인해서 미군은 유엔의 이름으로 다시 한국 땅에 들어와서 지금까지 남아 있소이다. 

 

미군이 한국 땅에 들어온 이유는 역사적으로 두 가지요. 하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군의 항복을 받아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6.25 전쟁에 참전하는 것이었소. 미국이 여전히 머물러 있는 명목상의 이유는 남북전쟁이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 휴전 상태에 있기 때문일 거요. 북쪽에서는 이런 상태를 끝내기 위해서 평화협정을 맺자고 하는 것 같소. 정치적인 문제는 내가 아는 게 별로 없으니 그만 두겠소. 대신 이 나라의 지식인으로, 또는 목사의 입장으로 상식적인 이야기만 하겠소.

 

그대는 목사가 웬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는가, 하고 좀 떨떠름하게 생각하는 건 아니오? 정치도 역시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역사 문제에 속하오. 하나님 나라와 정치는 완전히 분리되는 게 아니란 말이오. 이렇게 말하는 게 좋겠소. 정치가 하나님 나라는 아니지만 하나님 나라는 정치적으로 실행된다고 말이오. 여기서 정치를 역사라는 말로 바꿔도 좋소. 역사가 하나님 나라는 아니지만 하나님 나라는 역사적으로 일어나는 거요. 구약의 예언자들이 이스라엘의 정치 문제에 대해서 얼마나 구체적으로 발언했는지를 아실 거요. 신약은 좀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정치와 완전히 분리되지는 않소. 나중에 기회가 되면 기독교와 정치라는 주제를 한번 언급하겠소. 오늘은 주한미군에 대해서만 정리합시다.

 

딱 끊어서 물어봅시다. 21세기가 시작하고도 10년이 지난 지금, 미군은 왜 남한 땅에 주둔해야만 하는 거요? 우리 스스로 방위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할지도 모르겠구려. 그렇다면 이렇게 물어봅시다. 우리의 적은 누구요? 누구로부터 우리가 위협을 받고 있소? 북한이 우리의 주적이고, 그들의 군사력이 우리보다 훨씬 압도적이라고 말할 수 있겠소? 미군이 없으면 우리 스스로 방어할 능력이 없다는 말을 하는 거요? 북한은 우리의 주적이 될 수 없소이다. 그들은 전쟁을 끌어갈 능력도 근본적으로 없소이다. 왜 그런지를 내가 일일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거요.

 

그냥 상식적으로 보시구려. 북한은 지금 생존의 위기에 매달려 있소이다. 국민들이 쌀밥에 고깃국을 마음껏 먹을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정도라오. 그들의 경제력과 우리의 경제력은 비교 자체가 우스울 정도요. 핵무기를 짚고 싶소? 그걸 믿고 그들이 전쟁을 일으킨다는 말이오? 핵무기는 군사용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국제 정치용이오. 더 정확하게는 오히려 경제용이라고 할 수 있소. 그들은 핵무기 밖에는 자기들이 내세울 게 없어서 그렇게 포즈를 취하고 있을 뿐이오. 방구 뀐 놈이 화낸다는 말이 여기에 해당되는지 모르겠구려. 어쨌든 핵무기만 믿고 전쟁을 일으킨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코웃음을 칠 일이라오.

 

지금 당장 미군이 철수하면 우리 남한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불안감을 느낄 거요. 그러니 연착륙을 하는 수밖에 없소. 천천히, 그러나 가능한 빨리 미군이 남한 땅을 떠나는 길을 찾아야 하오. 그렇지 않는 한 앞으로 또 50년, 100년이 가도 미군은 여기에 남을지 모르오. 이런 역사를 500년 후 우리 후손들이 어떻게 평가하겠소?

 

북한이 주장하는 미군철수를 목사가 똑같이 반복하면 되냐는 그대의 걱정스런 눈길이 느껴지는구려. 걱정하지 마시오. 나는 단순히 미군을 몰아내자는 구호를 외치는 게 아니라오. 우리 후손들이 앞으로 계속 살아가야 할 삼천리 반도를 천천히 평화의 동산으로 만들어나가자는 거요. 그런 꿈을 키워나가자는 거요. 남북한의 병력과 무기도 줄여나가야 하오. 군사무기를 구입할 돈이 있으면 도서관을 짓고 학생들의 무상급식을 늘려나가야 하오. 그 첫 걸음이 상징적으로 미군 철수인지 모르겠소.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처럼 들리오? 이런 이상과 꿈을 나는 성서기자들에게서 배웠다오. 기온이 조금 떨어졌소. 감기 조심하시구려.(2010년 3월6일, 토, 또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