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유월절 양이 되신 주님 (막14:22-26)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3. 17. 06:42

해설:

예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유월절 예식에 따라 식사를 시작하십니다. 유월절 식사는 각 가정에서 가장이 주도하여 진행됩니다. 유월절 식사 절차는 하나의 예전으로 전해져 내려 왔습니다. 유교에서 제사 예식을 세밀하게 정해 놓은 것에 비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유월절이 중요했던 것입니다. 유월절 식사 예전은 다음과 같이 진행되었습니다.

 

1) 가장이 축복한다. 2) 포도주 잔을 돌려 마신다. 3) 무교병, 쓴 나물, 채소, 과일을 내어 놓는다. 4) 가장이 유월절 이야기를 들려 주고 시편 113-114편을 노래한다. 5) 두번째로 포도주 잔을 돌려 마신다. 6) 무교병을 돌려 떼어 먹는다. 7) 나물과 과일 접시를 돌려 먹는다. 8) 유월절 양고기를 먹는다. 9) 세번째로 포도주를 마신다. 10) 시편 115-118을 노래한다. 11) 네번째로 포도주를 마신다. (음식을 먹거나 포도주를 마실 때는 기도로 시작하고 감사로 마친다.) 

 

이 절차를 따라 유월절 식사를 나누시던 예수님은 무교병을 나누어 주시면서 “받아라. 이것은 내 몸이다”(23절)라고 하십니다. 제자들은 무슨 뜻인지 모르면서 그 빵을 받아 먹었을 것입니다. 예수님은 양고기를 먹고 나서 세번째로 포도주 잔을 돌리실 때 “이것은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나의 피, 곧 언약의 피다”(24절)라고 말씀하십니다. 유월절 식사 예전에 없는 말씀을 하신 것입니다. 

 

이 지점에서 제자들은 예수께서 당신의 죽음에 대해 말씀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 챘을 것입니다. 올 것이 오는구나 싶어서 더욱 두려웠을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이것이 당신이 나누는 마지막 식사라는 암시를 주신 다음 식사를 마치십니다(25절). 제자들이 그 모든 행동과 말씀의 의미를 깨달은 것은 예수께서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시고 사흘만에 죽은 사람들 가운데서 부활하신 다음의 일입니다.

 

묵상:

십자가에서 예수께서 겪으신 죽음은 그것 자체만으로는 별로 특별할 것 없습니다. 아무 죄도 없는데 죄인으로 몰려 죽임을 당한 사람들은 예수님 말고도 얼마든지 있습니다. 십자가 처형은 당시 로마 제국이 반역자들을 다스리는 방편이었습니다. 수 없는 사람들이 십자가에 달려 죽었습니다. 인류 역사 상 예수님보다 더 억울하게, 그분보다 더 참혹하게 죽임을 당한 사람들은 수 없이 많습니다.

 

동일한 방식으로 죽는다 해도 죽는 사람이 누구인가 그리고 무엇 때문에 죽었는가에 의해 그 의미와 무게가 달라집니다.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달려 죽은 두 사람은 예수님과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시간에, 동일한 죽음을 당했지만 그들의 죽음은 그냥 한 개인의 죽음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의 죽음은 한 인간의 죽음이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의 죽음이었고, 한 개인의 죽음이 아니라 인류 전체의 죽음이었습니다. 그랬기에 그분의 죽음은 모든 인류의 죄에 대한 대속의 죽음이 될 수 있었습니다. 

 

이집트에서 노예 살이를 하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양을 잡아 그 피를 문설주에 발라 구원을 받은 것처럼,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은 우리를 영원한 멸망에서 구원하는 능력입니다. 십자가 위에서 모든 인류의 죗값을 대신 짊어지는 것은 하나님의 아들에게도 두렵고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아무런 이적도 행하지 않은 이유는 이 두렵고도 고통스러운 죽음을 마주하기 위해 그 모든 능력을 비축해 두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당신의 몸을 찢으시고 피를 흘리셔서 우리를 살게 하셨습니다. 우리는 성찬을 받을 때마다 그 사랑을 기억합니다. 그 사랑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영원한 생명을 맛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