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날마다 너희와 함께 성전에 있으면서 가르쳤으되 너희가 나를 잡지 아니하였도다. 그러나 이는 성경을 이루려 함이니라 하시더라.'(막14:49)
대제사장을 비롯한 유대교 권력자들은 야밤에 무장한 병사들을 예수님에게 보냈습니다. 어제의 묵상 구절이 말하듯이 그들은 강도를 잡을 듯한 태도로 강도짓을 한 겁니다. 그것이 왜 강도짓과 같은 것일까요?
그들의 행위가 떳떳하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사람들의 눈을 피해 밤중에 은밀히, 그러나 전격적으로 예수님을 체포했습니다. 예수님이 도주의 우려가 있다는 뜻일까요? 그들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간단히 체포할 수 있었습니다. 예수님은 대낮에 성전에서 종교 지도자들과 신학 논쟁을 벌이기도 하고, 사람들을 가르치기도 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삶을 완전히 드러냈습니다. 이런 예수를 체포하기 위해서 종교 권력자들이 모두가 잠든 틈을 이용했다는 것은 참으로 비굴하기 짝이 없는 행동입니다. 말 그대로 강도 같은 짓입니다.
그게 참으로 이상합니다. 최고의 종교 권력을 쥔 이들이 비굴한 행동을 한다는 게 말입니다. 이게 바로 인간의 내면에 자리하고 있는 숙명적인 폭력성이 아닐는지요. 그것은 웬만해서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윤리와 종교 교육을 통해서 약간 누그러뜨릴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없앨 수는 없습니다. 그 폭력성의 뿌리는 물론 죄입니다. 인간이 그 어떤 방식으로도 떨쳐버릴 수 없는 자기집중으로 인해서 결국 대제사장이라는 직분에 어울리지 않는 폭력성을 발휘하게 되는 겁니다.
물론 대제사장들은 나름으로 자신의 행동에 대한 합리적 답변을 준비하고 있었을 겁니다. 유대교의 전통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말입니다. 14-17세기까지 흔하게 벌어졌던 마녀재판도 이와 비슷한 논리였습니다. 이런 역사는 오늘날까지 반복됩니다. 그리고 내일도 여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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