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제자들의 줄행랑(1)(막14:50)

새벽지기1 2024. 3. 1. 06:34

'제자들이 다 예수를 버리고 도망하니라.'(막14:50)

 

예수님이 체포당하는 순간에 제자들이 ‘다’ 예수를 버리고 도망했다고 마가복음 기자는 증언합니다. 마태복음은 마가복음과 똑같은 입장을 취하고,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은 이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제자들이 예수님의 십자가 처형 앞에서 무기력했다는 사실을 전제한다면 마가복음과 마태복음의 진술이 과장은 아닌 듯 보입니다. 그게 좀 이상하긴 합니다. 스승이 억울하게 체포당했으면 제자들이 모여 무언가 조치를 강구했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그런데 예수님의 운명에서 클라이맥스인 그 대목에서 그들은 실체가 없는 그림자에 불과했습니다. 예수님 주변에 있던 여자들보다 훨씬 덜떨어진 인물들로 행세하고 있습니다.

 

제자들이 결정적인 순간에 줄행랑을 쳤다는 사실은 한편으로 이해가 갑니다. 대제사장들이 보낸 경찰에게 체포당한다는 것은 종교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히틀러의 비밀경찰인 게슈타포에게 유대인들이 체포당하는 상황과 비슷하겠지요. 자칫하면 자신의 목숨도 위태로울 수 있는 그런 장면에서 그 자리를 지키고 있을 사람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제자들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변호할 수도 있긴 합니다. 지금은 아주 위태로운 순간이니 잠시 피신했다가 후일을 도모하자는 거지요. 그렇긴 합니다. 악과 무조건 정면 대결하는 게 능사는 아닙니다. 악도 악 나름입니다. 인간적인 모습의 한 악도 있고, 괴물 같은 악도 있습니다. 후자와의 싸움은 가능한대로 정면이 아니라 측면으로 돌파하는 게 지혜로운 거겠지요. 그걸 판단하는 게 쉽지는 않습니다.

 

위의 설명은 단순한 가설에 불과합니다. 본문이 말하려는 핵심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제자들이 모두 도망쳤다는 사실입니다. 예수님의 운명에서 제자들의 역할은 없었습니다. 그 역할은 예수님의 부활 이후로 유보되어야만 했습니다.

'좋은 말씀 > -매일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자들의 줄행랑(3)(막14:52)  (0) 2024.03.02
제자들의 줄행랑(2)(막14:51)  (0) 2024.03.02
예수의 체포(8)(막14:49)  (0) 2024.03.01
예수의 체포(7)(막14:49)  (0) 2024.03.01
예수의 체포(6)(막14:48)  (0) 2024.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