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제자들의 줄행랑(2)(막14:51)

새벽지기1 2024. 3. 2. 06:09

'한 청년이 벗은 몸에 베 홑이불을 두르고 예수를 따라가다가 무리에게 잡히매.'(막14:51)

 

결정적인 순간에 줄행랑을 친 제자들은 어떤 사람들이었을까요? 우리가 그들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면은 예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는 것입니다. 갈릴리 호수에서 고기를 잡던 시몬과 안드레에게 예수님께서 “나를 따르라.”고 말씀하시자 그들이 그물과 배와 가족까지 모두 버려두고 주님을 따랐다고 합니다.

 

예수님을 삼년 동안 따라다니면서 그들은 예수님에게 특별한 관심을 받았습니다. 가끔 예수님은 일반 사람들을 제외하고 그들만을 대상으로 말씀을 주시기도 했습니다.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서 전도에 나선 그들에게 특별한 능력이 나타나기도 했구요. 그들이 예수 공동체를 꾸렸다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갈릴리에서 예루살렘까지 순례를 함께 했습니다. 재정을 맡은 제자도 있는 걸 보면 이 공동체가 체계적으로 운용된 것 같습니다. 이런 제자들이 ‘다’ 예수를 버리고 도망간 것은 불가사의입니다.

 

어쩌면 복음서에 묘사된 제자들은 본래의 모습과 거리가 있을지 모릅니다. 이런 문제는 이미 신약학계에서도 거론된 이야기입니다. 원래 열두 제자라는 집단이 독립적으로 구성되어 있던 게 아니라는 겁니다. 물론 예수님에게 가까이 다가간 제자들이 있긴 했겠지만 열둘이라는 숫자로 구분하기는 힘들다는 거지요. 복음서에 묘사된 제자들은 신약공동체의 반영입니다. 신약공동체에서 제자들의 입지가 어느 정도 탄탄해진 결과로 그들의 지위가 복음서에서 크게 부각된 거라는 거지요.

 

위의 주장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복음서에 묘사된 제자들은 극과 극입니다. 하나의 극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주님을 따라나선 제자의 모습이고, 다른 하나는 예수님의 뜻을 전혀 오해하거나 위기의 순간에 줄행랑을 친 모습입니다. 그게 바로 오늘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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