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대제사장 관저에서(1)(막14:53)

새벽지기1 2024. 3. 2. 06:14

'그들이 예수를 끌고 대제사장에게로 가니 대제사장들과 장로들과 서기관들이 다 모이더라.'(막14:53)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드리다가 체포당한 예수님은 대제사장의 관저로 끌려갑니다. 마태와 누가는 이 대제사장의 실명을 ‘가야바’라고 밝힙니다. 요한복음은 예수님이 가야바에게 가기 전에 가야바의 장인인 안나스에게 끌려갔다고 합니다. 마가복음 기자가 가야바의 실명을 거론하지 않은 이유는 자연인인 가야바가 아니라 대제사장이라는 직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지요.

 

대제사장의 관저에 세 집단이 모였습니다. 대제사장, 장로, 서기관이 그들입니다. 그들은 당시 유대의 최고 종교사법 기관인 산헤드린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당시야 유대인들에게 일반 사법기관이 따로 없었기에 산헤드린이 명실상부한 최고 법정이었습니다. 우리로 하자면 대법관 회의에 해당됩니다. 법의 최종 심사권을 갖고 있는 헌법 재판소도 여기에 해당되겠지요.

 

산헤드린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 야밤에 달려온 의원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그들은 이미 예수 사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을 겁니다. 그에게 신성모독이라는 엄청난 죄목을 다는데 별로 이견이 없었다는 걸 보면 사전에 입을 맞추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결정에 확신이 있었던 것일까요? 아니면 여론의 추이를 따른 걸까요? 아니면 더 큰 검은손의 명령에 따라 거수기 역할만 한 것일까요?

 

이런 전후사정을 완벽하게 풀어낼 수는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당시 최고 지성인이며, 권력자이고, 사회 지도층이었던 이들이 자신들의 사회적 지위를 악하게 사용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집에서는 자상한 아버지요, 남편이었겠지요. 이웃에게는 근엄한 대법관으로 존경을 한 몸에 받았겠지요. 스스로도 사회의 정의와 양심을 지키는 마지막 보루로 여겼을지 모릅니다. 바로 그들이 악을 행하기 위해 밤안개처럼 대제사장 관저로 모여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