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예수를 끌고 대제사장에게로 가니 대제사장들과 장로들과 서기관들이 다 모이더라.'(막14:53)
산헤드린 공의회는 정의를 세우는 최고 법정입니다. 인류가 사회를 지키기 위해서 마련한 안전장치라고 할 수 있지요. 만약 산헤드린이 없다면 세상은 그야말로 무법천지가 될 겁니다. 무법천지는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세상입니다. 산헤드린은 법으로 주먹을 다스릴 수 있는 특별 권한을 확보한 기관입니다. 이것이 법의 사회적 기능이겠지요.
법에 의해서 작동되는 세상이 상대적으로 건강하다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습니다. 문제는 그들의 법이 옳게 작동되느냐 하는 것입니다. 여기에는 법이 무엇인가, 하는 법철학이 개입됩니다. 법이 만능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법이 인간의 모든 삶을 다 담아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 법을 운용하는 사람이 문제입니다. 법을 다루는 사람의 세계관이 옳지 않으면 법도 역시 그렇게 다뤄질 수밖에 없습니다.
바울은 로마서에서 이미 이런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율법은 좋은 것입니다. 율법을 통해서 우리는 죄가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그러나 그것을 안다고 해서 인간의 삶이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몰라서 죄를 행하는 게 아닙니다. 죄가 무엇인지 알아도 죄를 짓는 게 인간입니다. 죄를 행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실존이 문제입니다. 바울은 인간이 아무리 노력해도 율법을 완전하게 지킬 수 없다고 합니다. 율법을 통해서는 구원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됩니다.
유대의 법을 한 손에 쥔 산헤드린은 필요악입니다. 무법천지를 막기 위해서 필요하긴 하지만 거기에 종사하는 이들이 악의 실존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예수를 고발하기 위해서 모인 산헤드린 의원들이 오늘에는 누구일까요? 그들은 알아야 합니다. 자신들이 악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는 엄정한 사실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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