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예수님의 질문 (막 3:4)

새벽지기1 2022. 8. 24. 06:45

'그들에게 이르시되 안식일에 선을 행하는 것과 악을 행하는 것, 생명을 구하는 것과 죽이는 것,

어느 것이 옳으냐 하시니 그들이 잠잠하거늘.' (막 3:4)

당신을 고발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향한 예수님의 질문이 바로 위의 구절입니다. 선과 악, 생명과 죽임을 대비시키고 있습니다. 이런 질문은 상황을 너무 단순하게 만들 소지가 있습니다. 바리새인들도 안식일에 악을 행하는 것이 좋다거나 생명을 죽이는 것이 좋다고 주장하는 게 아닙니다. 원래 율법의 근본은 선을 사회적으로 구체화하고 생명을 살려나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율법주의자들 중에서 그 어떤 사람도 법을 위해서 악을 행해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만약 이런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어떤 한 사람이 옆에 있었다면 예수님이 조금 ‘오버’한 것처럼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오늘 본문이 전달하는 뉘앙스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복음서 글쓰기의 특징을 전제해야 합니다. 복음서는 어떤 핵심을 전달하기 위해서 디테일한 것들은 과감하게 생략합니다. 복음서 기자들은 지금 논설이나 논문을 쓰는 게 아니라 예수님에게서 발생한 구원 사건을 변증하고 있는 중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지금 예수님은 상대방을 인식의 오류에 빠뜨리게 하기 위해서 말장난을 하는 게 아니라 안식일로 대표되는 율법의 근본정신을 강조하는 중입니다. 안식일은 그 자체로서는 결정적인 의미가 있는 종교규범이 아닙니다. 그것은 오직 선과 생명 안에서만 의미가 있다는 말씀입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오늘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영적인 긴장감을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의 교회제도와 모든 종교행위들은 기본적으로 선과 생명을 그 내용과 목적으로 두고 있습니다. 선과 생명은 곧 영성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우리의 신앙생활에서 이런 내용이 주변부로 밀려나고 신앙형식들이 절대화하면 그리스도교 영성은 형해화의 길을 면치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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