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생베 조각 (막 2:21)

새벽지기1 2022. 8. 7. 06:35

'생베 조각을 낡은 옷에 붙이는 자가 없나니

만인 그렇게 하면 기운 새것이 낡은 그것을 당기어 해어짐이 더하게 되느니라.' (막 2:21)

21절의 생베 조각과 22절의 새 포도주 이야기는 유대인들의 격언입니다. 성서 기자는 이런 격언을 통해서 예수님과 그리스도교가 유대교와 어떻게 구별되는지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함께 묶어 놓으면 한쪽이 손상될 수밖에 없다는 말입니다. 물론 손상되는 쪽은 유대교와 그 가르침입니다. 생베 조각을 낡은 옷에 붙이면 얼마 안가 낡은 옷이 해어지고 말듯이 말입니다. 아주 리얼한 표현입니다.


제가 어렸을 때는 옷을 기워 입는 일이 많았습니다. 약간 해어졌을 때는 그저 실로 간단히 꿰매면 됐지만, 해어진 부분이 넓으면 다른 헝겊을 대고 기워야했습니다. 옷만이 아닙니다. 양말도 기워 신었습니다. 내 어릴 때 기억으로는 저녁밥을 먹은 다음에 어머니가 흐린 불빛 아래서 우리들의 양말을 꿰매는 일이 흔했습니다. 양말은 대개 이음새가 뜯어지는 게 아니라 일정한 부분이 닳아버리기 때문에 그냥 꿰맬 수는 없었습니다. 양말 속에 못 쓰는 전구를 넣고 해어진 부분을 드러나게 한 다음, 실로 짜깁기를 하듯이 꿰매야했습니다. 제 눈에 그게 무척 재미있게 보였는지, 저도 어머니를 따라 바느질을 여러 번 해보았습니다. 촉수 낮은 전깃불, 끊어진 전구, 해어진 양말, 바늘, 여러 색깔의 실패, 그리고 바느질하시는 어머니, 이런 모습이 오래된 사진첩처럼 제 기억 어느 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생베 조각과 낡은 옷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은 패러다임 쉬프트가 불가능하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천동설에 묶인 사람은 지동설을 받아들일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듯이 유대교는 예수님의 복음을 용납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의 우리 신앙도 이렇게 자기 도그마에 묶여서 새로운 신앙의 세계를 가로막고 있는 건 아닐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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