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민중 (5) -민중과 한국교회-(막 1:45)

새벽지기1 2022. 7. 4. 06:40

'그러나 그 사람이 나가서 이 일을 많이 전파하여 널리 퍼지게 하니 그러므로 예수께서 다시는 드러나게 동네에 들어가지 못하시고 오직 바깥 한적한 곳에 계셨으니 사방에서 사람들이 그에게로 나아오더라.' (막 1:45)

세계 신학계에서 민중신학은 “Minjung Theology”라는 고유명사로 불립니다. 대한민국이라는 “삶의 자리”에서 시작된 민중신학은 아직 청년입니다. 앞으로 성숙한 어른으로 자랄지 아니면 열정 청년으로 끝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 여기에는 아무래도 한국교회와의 연관이 중요하게 작용하겠지요. 왜냐하면 신학은 “교회의 기능”이라는 바르트 진술에 따르면 한국교회가 무엇을 요구하는가에 따라서 신학의 성격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의 신자들은 하나님 나라와 연관해서 무엇을 희망하고 있을까요? 불치병 치료, 물질적인 축복, 천당소망, 정신안정 등등, 이외에도 많은 것들을 언급할 수 있기는 하지만, 이미 잘 알려진 것을 여기서 더 이상 반복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런 요소들을 큰 틀로 나누어볼 때 한국교회 신자들의 신앙적인 동기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철저하게 현실적이라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철저하게 초월적이라는 것입니다. 현실(내재)과 초월은 서로 다른 개념이지만 놀랍게도 우리의 신앙생활에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그 내막을 살펴볼까요?


하나님 나라를 희망할 뿐만 아니라 현실에서 그 나라를 그대로 살아내야 할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물질적인 면에서는 세상 사람을 못지않게 세속적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경제관, 가족관, 직업관이 세상 사람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를 이용하여 우리의 세속적인 관심사를 해결하는 것을 신앙생활의 가장 중요한 기능으로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교회 안에서 공식적으로 행해지는 새해맞이 축복대성회나 특별새벽기도회는 구약의 예언자들이 그렇게 경계한 바알 종교 의식과 다를 게 하나도 없습니다.


이에 반해서 우리의 역사의식은 철저하게 초월적입니다. 하나님이 창조한 이 세계와 그가 이끌어 가시는 이 역사에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위해서 기도할 뿐만 아니라 나름으로 십자가를 지고 여기에 참여하고 연대해야 할 사람들이 땅과 하늘을 이원론적으로 구분함으로써 이 세계와 역사의 책임감으로부터 쉽게 벗어납니다. 그런 행태는 종말론과 전혀 차원이 다른 역사허무주의와 다를 게 없습니다. 여러 소종파에게서 볼 수 있듯이 실제로 이 세상보다는 하늘에 대한 열정이 강하기 때문에 초월적인 신앙을 추구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퀘이커교도나 형제단처럼 그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평화주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위에서 언급한대로 철저하게 세속적인 관심이 대단하면서도 사회적 책임감을 벗어나기 위한 요령으로 초월을 생각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어쩌면 한국교회의 민중은 속으로는 하늘나라를 기다리지 않을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지금 이 세상에서 누리는 삶의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저 세상과 더불어 이 세상에서도” 역시 모두 좋은 것을 소유하려고 합니다. 지금 교회의 민중들은 그런 걸 제공하는 교회와 그런 설교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 한국에서 강연하고 있는 릭 워렌 목사님도 이런 유형이겠지요.


경솔한 발언인지 모르겠지만, 제 생각에 민중신학은 앞으로 희망이 없습니다. 다른 이유는 접어두고, 민중신학이 말하는 그 민중들에게서 그리스도교 신앙의 동력을 발견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상황이 어둡다 하더라도 민중 신학자들은 그 신학의 내용을 채워나가는 일에 최선을 다 해야 하겠지요. 그것이 진리라고 한다면 오늘 민중들의 행태와 상관없이 하나님의 계시를 드러내는 데 일익을 감당할 수 있을 겁니다.

주님, 하나님 나라에 의존하는 한국교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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