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시편 35편: 배신 당한 이의 기도

새벽지기1 2022. 1. 11. 07:01

 

해설:

시편 34편에서 다윗은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을 구원해 주신 하나님을 찬양했는데, 이 시편에서 그는 자신을 괴롭게 하는 자들을 징계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지금 다윗을 고통스럽게 하는 사람들은 과거에 다윗으로부터 은혜를 입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병들었을 때 다윗은 굵은 베옷을 걸치고 금식하며 기도했습니다(13절). 그들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고 애도했습니다(14절). 그런데 다윗이 환난을 당하자 그들은 모여서 기뻐 떠들고 조롱하고 비웃었습니다(15-16절). 

이런 상황에서 다윗은 자신을 대신하여 하나님께서 싸워 달라고 호소합니다(1절). 자신을 해치려는 자들에게서 자신을 구해 주시고 그들이 멸망하여 수치를 당하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2-8절). 주님은 “약한 사람을 강한 자에게서 건지시며 가난한 사람과 억압받는 사람을 약탈하는 자에게서 건지시는”(10절) 분임을 알기 때문에 다윗은 이렇게 기도합니다. 그는 “이것은 나의 뼈 속에서 나오는 고백입니다”(10절)라고 말합니다. 뼈속에까지 스며드는 절절한 고통 중에서 하나님의 구원을 경험 했다는 뜻입니다. 

 

다윗은 그들이 얼마나 배은망덕한 사람들인지를 묘사한 후(11-16절), 속히 그들을 징계해 달라고 호소합니다. 그는, 자신이 그 고통 속에서 영영 망하게 되면 그들이 기뻐하며 즐거워할 모습을 상상합니다(19절). 하나님을 두려워할 줄 모르며 거룩하게 살아가려는 사람들을 거침없이 모욕하는 그들이 기고만장하는 모습을 상상하니 치가 떨립니다. 하나님께서 그 모습을 보지 못하셨을 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주님, 주님께서 친히 보셨으니, 가만히 계시지 마십시오”(22절)라고 호소합니다. 그들이 기고만장하는 일이 없게 해 달라고 기도합니다.

 

이렇게 기도한 후에 다윗은 하나님이 응답해 주실 것을 믿음으로 내다 봅니다. 상황으로 본다면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만,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한 후에 그의 믿음이 회복된 것입니다. 26절부터 28절까지의 기도는 믿음이 회복된 후에 드린 고백이며 찬양입니다. 자신의 불행을 보고 기뻐하는 사람들은 결국 수치를 당할 것이 분명합니다(26절). 반면, 하나님께 피하고 의지한 사람들은 기뻐하게 될 것입니다(27절). 마지막으로 다윗은 구원의 체험을 가지고 “주님의 의를 선포”하고 “온종일 주님을 찬양”(28절)하겠다고 결단합니다. 

 

묵상:

아무 상관도 없는 사람에게 당한 아픔은 견디기에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믿었던 사람의 배신은 견디기 어렵습니다. 어려울 때 은혜를 베풀어 주었던 사람이 그 은혜를 망각하고 배신으로 갚을 때면 참을 수가 없습니다. 인간의 심성이 죄에 물들어 있기에 다른 사람의 기쁨을 시기하고 다른 사람의 아픔을 고소해 하는 못된 경향이 있습니다. 다윗은 지금 그런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헤어나기 힘든 깊은 어려움에 처하자 과거에 그에게 도움을 받았던 사람들이 고소해 하며 그 환난 속에서 망하기를 기대합니다. 그로 인해 다윗의 마음은 금새라도 터질 것 같았습니다. 오죽하면 “오, 내 기도가 응답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텐데!”(13절)라고 말하겠습니까? 과거에 그들이 어려움을 당할 때 기도해 준 것을 후회할 정도로 그들의 배신은 다윗에게 큰 아픔을 주었습니다. 

이럴 때가 기도해야 할 때입니다. 분노와 앙심이 커질수록 인간은 더 큰 악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손으로 복수 하고 싶은 마음을 접어 놓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 마음을 쏟아 놓아야 합니다. 이럴 때는 바른 말, 좋은 말, 고운 말만 골라 기도하지 못합니다. 있는 그대로 마음을 쏟아 놓아야 합니다. 다윗은 그런 기도를 드릴 줄 아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입에 담기 어려운 저주의 기도까지 쏟아 놓았습니다. 그렇게 감정에 정직하게 기도할 때 우리는 비로소 분노와 앙심에서 풀려날 수 있고 하나님의 주권에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습니다. 내가 내 힘으로 응징하려 하면 필경 후회할 일이 생깁니다. 하지만 하나님께서 바로 잡으실 때는 모두에게 은혜가 넘칩니다. 

 

이 아침, 하나님의 임재 앞에 내 마음을 엽니다. 그리고 내 마음 안에 있는 모든 부정적인 감정들을 하나님 앞에 내어 놓습니다. 주님께서, 주님의 방법으로, 주님의 시간에 행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