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아침에 내리던 비가 그쳤다.
카메라 가방을 챙겨들고 차를 몰아 지리산 계곡으로 향했다.
연초록이 수분을 머금고 예쁨예쁨 자랑을 한다.
아, 이래서 봄이 좋다.
계곡입구에 차를 세우고 계곡을 따라 오른다.
맑은 물이 많이도 쏟아져 내려온다.
멋진 계곡의 풍광이 멋지다.
이리저리 살피며 철쭉이 멋지게 핀곳을 찾아 삼각대를 세우고 카메라 셋팅 준비를 한다.
근데 어라 왜 이러지?
카메라 작동이 이상하다.
카드메모리 포맷이 안된다.
우~~~쒸! 허얼!
없다...ㅠㅠ
메모리카드가 없다.
참 나...우짜노?
지리산 털보님께 전화하여 가까운 곳에
컴퓨터 관련가게를 수소문하여 전화 해보니 촌이라 그런건 안판단다...
머리에 열이 오른다...
할 수 없이 차를 돌려 진주로 돌아와 카드를 챙기고 다시 지리산으로...
.에구 이게 무슨 난리인고 싶다.
저번에는 신발이 사진에 나오더니 이놈의 지리산 계곡은 나한테 마가 끼었나?
근데 또 비가 쏟아진다...
아....날보고 우짜라고...
뒷목이 뻐근하고 정수리가 뜨끈뜨끈 해진다.
간다...그래도 간다.
설마 계곡물에 떠내려가진 않겠지...
저기 20미터 앞부터는 통신두절 구역이다.
벌써 끝냈어야 할 촬영을 시작도 못하고 그쳤던 비마저 내리니
머리에서 열이 나는지 김이 모락모락 피어 오른다.
하긴 내가 언제 날씨 봐가며 촬영했었나 싶어 비를 맞고
물이 불어 무섭게 쏟아져내리는 계곡으로 엉거주춤 자세로 내려선다.
주루루룩~~~~~
낙엽더미가 미끄럽다...
서너차례 엉덩방아에 옷도 가방도 엉망진창이다.
그래도 계곡은 맑고 상쾌하다.
가쁜 숨 몰아쉬며 계곡을 오르락 내리락 촬영을 한다.
비바람에 철쭉 상태가 대부분 좋지 않다.
한참을 다니니 배도 고프고, 다리 힘도 없고, 사진이고 뭐고 다 귀찮아진다.
좀더 올라가면 좋을 것 같은데 포기하고 내려온다.
한시간 남짓한 거리를 서울을 가고도 남을 시간만큼 왔다리 갔다리
그야말로 개고생을 했다.
머리가 나쁘니 몸이 고생한다는 말이 딱이다.
나이 들어가며 좀 더 똑똑해지는 방법이 없을까?
내일은 또 어떤 고생이 기다릴지....
그래도 웃는게 상책이다.
어쨌든 촬영은 했으니 만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