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밝음과 어둠의 역설

새벽지기1 2017. 5. 25. 07:12



인간은 선악을 아는 지식의 열매를 먹음으로써 눈이 밝아졌다. 동시에 죽음에 떨어졌다.

여기서 죽음은 어둠의 짝이다. 죽음은 어둠이고, 어둠은 죽음이다.

그러니까 인간은 선악을 아는 지식의 열매를 먹음으로써 밝음과 어둠을 동시에 획득했다.

 

논리적으로는 말이 안 된다. 눈이 밝아졌는데 어둠에 떨어졌다는 건 명백한 모순이다.

그러나 그것이 참이다. 인간의 눈 밝음이 어둠을 불렀다.

아니, 인간의 눈 밝음이 곧 어둠이다.

인간의 눈 밝음이 하나님의 빛을 보지 못하게 가로막아 어둠에 빠뜨렸다.

 

요한복음 9장에는 날 때부터 맹인 된 사람 이야기가 나온다.

예수님께서 실로암 못에 가서 씻으라고 하시니 가서 씻고 밝은 눈으로 왔다는 이야기.

안식일에 맹인을 고친 문제로 갑론을박이 치열했던 이야기.

그 중에 예수님이 눈뜬 맹인에게 말씀한 대목이 참 묘하다.

“내가 심판하러 이 세상에 왔으니 보지 못하는 자들은 보게 하고

보는 자들은 맹인이 되게 하려 함이라.”(v.39).

 

허~~, 보지 못하는 자들은 보게 하고 보는 자들은 맹인 되게 하는 것이 예수님의 심판이란다.

얼핏 성미 고약한 자의 깽판 같기도 하다.

그러나 예수님의 심판은 인간의 눈 밝음이

하나님의 빛을 보지 못하게 가로막아 어둠에 빠뜨리는 진실을 드러낼 뿐이다.

 

예수님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눈 밝은 바리새인을 향해 한 술 더 뜨는 말씀을 했다.

“너희가 맹인이 되었더라면 죄가 없으려니와 본다고 하니 너희 죄가 그대로 있느니라.”(v.41).

예수님은 인간의 눈 밝음을 아예 죄라고 규정했다. 옳다.

인간의 눈 밝음이 하나님의 빛을 보지 못하게 가로막아 어둠에 빠뜨리니 죄다.

죄도 아주 큰 죄, 모든 죄악의 근원인 죄가 되겠다.

 

결국 인간의 눈 밝음이 어둠의 근원이요 가장 큰 어둠이다.

모든 인간은 이 큰 어둠에 갇혀 산다.

밝음이라는 어둠에 갇혀 산다.

실로 역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