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둘째 날(주일) 일찍이 예배를 드렸다.
평소 교회당에서는 오전 11시에 예배했으나 도초도에서는 아침 식사를 한 후
곧바로 펜션의 작은 거실에서 예배드렸다.
교회당에서 드리는 평소 예배와 분위기는 다소 달랐지만 똑같은 예배의식을 따라 정성껏 예배했다.
도초도에 사는 윤계근 집사님의 친척 세 분과 함께.
예배를 마치자 남자들은 다시금 2차 고기잡이를 나갔다.
전날 재미있었던 그물질을 상상하며 같은 장소에서 같은 방법으로 고기잡이를 했다.
그런데 신선한 재미가 어제보다 못했다.
그물질 또한 두 번으로 끝냈다.
지금 돌아보니 전날의 고기잡이가 놀이였던데 비해
그 날은 고기를 잡아보겠다는 마음이 앞선 탓이 아니었을까 싶다.
뭐든 실용이 가세하면 재미가 떨어지는 법이니까.
그래도 바닷물 속에 들어가는 건 항상 즐겁다.
수영을 못하는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아무튼 물속에 몸을 담그는 것만으로도 마냥 즐겁다.
수영을 할 줄 아는 사람의 물속 즐거움은 얼마나 클까!!!
주일 저녁에는 펜션 마당에서 춤마당이 펼쳐졌다.
이인숙 권사님께서 장구를 좀 친다는 소문이 돌자 동네에서 장구를 빌려왔다.
태양의 열기가 기울어가는 시간, 이인숙 권사님의 품에 안긴 장구에서 경쾌한 리듬이 흘러나왔다.
가수 이미자 씨가 부른 ‘섬마을 선생님’ 노래와 함께.
그 순간 조시형 형제가 신발을 벗더니 몸을 놀리기 시작했다.
장구에서 흘러나오는 리듬에 육중한 몸을 실어 춤사위를 선보였다.
나로서는 춤의 국적을 알 수 없었으나 코믹한 맛과 구성짐이 여간 예사스럽지 않았다.
장난기도 없었다. 얼굴 표정과 몸짓 모두 진지했다.
놀라웠다. 모두가 놀라워했다.
‘아니? 조시형 형제에게 이런 면이?’라는 표정으로 보는 이마다 배꼽을 잡고 웃었다.
조시형 형제가 관중을 의식했는지 의식하지 않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내가 보기에는 누구도 의식하지 않은 채 장구의 리듬을 몸으로 즐기는 것 같았다.
김현정 집사가 춤추는 형제에게 다가가 잠시 스치듯 흥을 돋우기는 했으나
조시형 형제의 단독 무대가 계속됐다.
나중에는 흥을 주체하지 못한 박선이 집사도 함께 춤췄다.
나 또한 마음으로는 춤추고 싶었으나 춤춘 경험이 없는 몸이 주저하는지라 꾹 참고 구경만 했다.
20-30여분 정도 계속된 춤판을 배꼽을 잡고 웃으며 구경만 했다.
정말 누구도 예상치 못한 춤판이었고, 누구도 기획하지 않은 춤판이었다.
한 번 벌어진 춤판은 그 날 밤에도, 여행예배의 마지막 날인 다음 날 오전에도 계속됐다.
구성진 장구 리듬에 진도 아리랑을 부르며 이진숙 집사와 윤계근 집사까지 합세한 춤판이
그럴싸하게 펼쳐졌던 모양인데 나는 현장을 보지 못했다.
누군가 찍은 동영상으로만 확인했을 뿐.
첫째 날 밤에는 사진 촬영에 남다른 감각과 식견을 가진 조시형 형제가
‘사진예술과 신앙의 유비’를 살펴보는 강의를 펼쳤고,
둘째 날 밤에는 몸짓으로 단어 맞추기 게임 등 여러 가지 게임을 했다.
그렇게 예배하고, 기도하고, 웃고, 놀고, 먹고, 자고, 이야기하고,
춤추고, 노래하고, 고기 잡고, 걷고, 물놀이하고, 바람을 맞고,
수고의 땀을 흘리고, 쉬다 보니 어느 새 2박3일이 꿈같이 지났다.
어떤 경계도, 어떤 목표도, 어떤 억지도, 어떤 쫓김도 없이 우연의 은총에 몸을 맡긴 채 지냈다.
한없이 가볍게 지냈다. 정말 꿈같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다시금 짐을 싸야 했다. 지척에 비금도가 있어 외롭지 않은 섬 도초도를 떠나야 했다.
여행의 자리에서 생활의 자리로,
우연의 은총에만 시간과 몸을 맡길 수 없는 생활의 자리로 돌아와야 했다.
아쉽지만 기쁨으로.
여행예배는 말 그대로 여행과 예배의 조합이다.
예배를 탐방하는 예배여행이 아닌, 여행을 하는 가운데 예배하는 여행예배.
내가 여행예배라는 걸 착상하게 된 것은,
첫째로 주일예배에 신실한 그리스도인의 경우 여행할 기회를 갖기 힘든 현실이 안타까워서였고,
둘째로 성도들이 예수님 안에서 한 몸 된 지체임을
여행이라는 특별한 일상을 통해 경험하고 싶어서였다.
그런 면에서 이번 여행예배는 본래의 목적에 잘 부합했다고 생각된다.
평소에 가기 힘든 섬으로 먼 여행을 떠났고,
말씀샘가족이 함께 먹고 놀고 이야기하고 예배하며 특별한 일상을 살았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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