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거스틴은 겸손을 신앙의 덕목 중 최고의 덕목이라 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덕목이기 이전에 참 인간됨의 토대요 조건이라고 생각된다.
참 인간됨의 기본 형식이라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 인간은 겸손이라는 형식을 갖출 때만 참 인간일 수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겸손은 모든 것이 시장화 된 오늘의 자본주의 사회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 존재의 형식 같아 보인다.
이 시대의 인문학자 신영복 선생은 ‘겸손’을 가리켜
‘자기를 낮추고 뒤에 세우며,
자기의 존재를 상대화하여 다른 것과의 관계 속에 배치하는 것’(담론. 72쪽)이라 했으나
치열한 시장사회에서 자기 가치를 증명하고 팔아야 하는 현대인,
취업 전쟁에서 기어코 승리해야만 인간으로 대접받을 수 있는 현대인에게
겸손은 낡아빠진 유물처럼 보이고, 패배를 자초하는 아둔함처럼 보인다.
케케묵은 윤리적 덕목처럼 보인다.
그러나 겸손은 낡아빠진 유물도, 패배를 자초하는 아둔함도, 케케묵은 윤리 덕목도 아니다.
체면치레의 허례는 더더욱 아니다.
겸손은 창조자와 창조세계의 어떠함을 알고,
그 앞에서 한없이 작은 자기를 보는데서 발현하는 존재의 형식이요 삶의 태도이다.
창조자 앞에선 피조자의 존재 양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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