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단상

송구영신(送舊迎新)

새벽지기1 2016. 9. 22. 07:11


또다시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 송구영신의 매듭에서 잠시 지나온 해를 돌아봅니다. 지구촌의 살림살이는 언제나처럼 복잡하고 시끄러웠습니다. 금융자본주의의 그늘이 세상을 뒤덮기도 했습니다. 우리사회에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회리바람이 거세게 몰아쳤습니다. 그 와중에 잠시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을 품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세상사에서 한 발 비켜선 듯 비교적 소박하고 무심하게 살았습니다. 연민의 마음으로 세상을 깊이 품기보다 세상사에 그리 애착하지 않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은 세상사에 대한 거리두기와 참여 사이의 긴장을 유지해야 하는데, 언제부터인지 저는 참여보다는 거리두기에 몸이 기우는 것 같습니다. 거리두기에서 오는 평정과 고요를 몸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어쩌면 몸이 자기를 지키기 위해 선택한 처방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목회적으로는 지나침을 경계하면서 스스로를 낮추기 위해 애를 썼습니다. 교회 창립 첫 해였던 작년에는 새로운 목회 환경에 적응하느라 고민도 많이 하고 긴장도 적잖고 척박하게 변모한 교회 환경에 놀라기도 했습니다만, 올해는 목회적인 적응기를 지나 많이 편안했습니다. 교우님들의 능동적인 협조와 참여가 큰 힘이 됐고, 기존 교우들과의 신뢰관계 또한 더 튼실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정금 같이 소중한 분들이 말씀샘교회 가족으로 합류를 했습니다. 작고 보잘 것 없는 말씀샘교회, 정말 존재조차 희미한 말씀샘교회를 백사장에서 바늘 찾듯이 찾아 나오신 분들로 인해 온 교우가 힘을 얻고 기뻐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는 예배 출석 인원 20명을 넘긴 해로 기억될 것입니다.

 

또 빼놓을 수 없는 감사는 풍성한 주일 점심 식사였습니다. 김경훈 집사님, 김혜란 집사님, 임현미 사모님(작년에는 한경애 성도가 함께 했음)께서 돌아가며 준비한 식탁이 얼마나 맛있고 풍성했는지 온 교우들의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 채워주었습니다. 모든 음식을 준비해서 가져오는 대단한 수고를 하면서도 힘든 기색 한 번 없었습니다. 항상 다른 성도들을 배려하면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새로 등록한 교우들께 짐을 나누어지라고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좀 더 쉬어야 한다며 당번 맡기는 걸 말렸습니다. 그러다가 이야기 끝에 신입 교우는 무조건 3개월 동안 안식하도록 하자는 아름다운 합의를 하기도 했습니다.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2년여 동안 기쁘게 말씀샘교회 교우들을 먹이느라 애쓰신 세 분의 노고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덕분에 우리 모두 행복했습니다.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

 

올해도 말씀샘교회는 외부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예배 반주자로 봉사한 강온유 자매의 수고는 말할 것도 없고, 반주자를 파송해준 나해주 목사님(향상교회 청년부 담당), 후원해준 교회(일산은혜교회-강경민 목사님, 산울교회-이문식 목사님, 향상교회-정주채 목사님, 우리들교회-김양재 목사님, 울산교회-정근두 목사님, 영화교회-손훈 목사님)와 성도(정상모, 양만재)들의 사랑과 격려가 있었습니다. 힘겹게 걸음마를 연습하는 말씀샘교회를 부축하며 손잡아준 소중한 사랑에 힘입어, 이제는 자립의 몸부림을 하고 있습니다. 정말 큰 은혜였습니다. 또 말씀샘교회 홈페지에 들어와 영적인 소통을 나누었던 한 분 한 분이 생각납니다. 매주 힘겹게 준비하지만 항상 아쉬움이 남는 설교를 읽고 들으신 분들, 소중한 답글을 남기신 분들로 인해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2012년 한 해의 축복이 저무는 날, 저는 매우 따뜻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송구(送舊)합니다. 그리고 무한히 열려 있는 미래를 그리 부풀지 않은 희망으로 영신(迎新)합니다. 하늘을 향해 마음의 큰 절을 올립니다.

2013년 새해는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요? 알 수 없습니다. 어떤 일이 우리를 늪에 빠뜨릴지, 어떤 일이 우리를 치솟게 할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삶의 걸음은 올해와 그리 크게 다를 것 같지 않습니다. 하루하루가 가장 소중한 선물임을 기억하며 365일을 정성껏 수놓는다면 그것으로 넉넉히 행복할 수 있을 거라 믿으면서 새로운 하루를 맞는 마음으로 새로운 해를 맞습니다.

 

마음의 거품이 없어서 특히 좋은 말씀샘교회 교우 여러분, 그리고 책과 인터넷 세상에서 만나는 독자 여러분, 감사와 평화와 고요 속에서 송구영신하시기 바랍니다.

밝아오는 새해에도 여러분들과 하늘의 보화를 소통하며 많이 웃고 싶습니다. 세상의 어둠과 슬픔까지도 웃음으로 품어내고 싶습니다. 진실과 함께 춤추고 싶습니다.

 

여러분, 모두 행복하세요. 부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