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목회편지

조병수의 목회편지(89)_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

새벽지기1 2016. 9. 1. 07:19


기독교는 가정종교다. 말이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실이 그렇다. 기독교가 가정종교라는 사실과 관련하여 특히 초대교회가 가정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것은 사도행전과 바울서신을 읽어보면 어김없이 알 수 있다. 사도행전에 의하면 예수 그리스도의 승천 후에 제자들은 다락에 올라가서 기도에 전념하였고, 성령께서 임하신 후에는 성도들이 날마다 집에서 떡을 떼는 교제를 나누었다. 초대교회가 가정에 얼마나 깊이 뿌리를 두고 있었으면 사도 바울도 회심 전에 각 집에 들어가 신자들을 발본색원하려고 했겠는가.

교회는 가정으로부터 시작돼

바울서신을 살펴보면 로마제국의 곳곳에 가정을 중심으로 하는 교회들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던 것을 발견할 수 있다. 그 가운데는 로마와 고린도에서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부부의 가정, 라오디게아에서 눔바의 가정, 골로새에서 빌레몬의
가정이 교회로 사용되었다. 이 때문에 사도 바울은 여러 지역에서 힘있게 성장하면서 자신의 선교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이런 가정들을 발견했을 때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것이다. 초대교회에는 신자들에게 가정과 교회가 별개로 여겨지지 않았다. 이것은 한편으로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교회가 가정에서 시작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누구든지 가정을 신앙적으로 이끌지 못하면 교회에서 리더로서 일할 자격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였다.


사도 바울이 디모데에게 보내는 첫째 편지의 중간에서 감독과 집사에 대하여 논하면서 가정을 잘 지도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사실을 기억하자. 사도 바울에 의하면 감독은 “자기 집을 잘 다스려 자녀들로 모든 단정함으로 복종케 하는 자”(딤전 3:4)이어야 하며, 집사는 “자녀와 자기 집을 잘 다스리는 자”(딤전 3:12)이어야 했다. 그러므로 가정과 교회의 긴밀한 관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는 법이 없다. 사도 바울은 가정이 신앙으로 바로 서야 교회도 안전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사도 바울이 “누구든지 자기 친족 특히 자기 가족을 돌아보지 아니하면 믿음을 배반한 자요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니라”고 말한 이유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기독교는 가정종교다. 기독교는 가정에서 출발하였고, 기독교 지도자의 역할은 가정을 신앙으로 지도하는 것에서 시작되었다. 그래서 가정을 돌보는 것은 기독교가 어디에서 출발하였는지 그리고 기독교 지도자의 역할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이해하는 것이다.


바꾸어 말하자면 가정을 돌보지 않는 것은 기독교의 뿌리를 부인하는 것이며, 기독교 지도자의 역할의 원천을 부인하는 것이 된다. 사도 바울은 가정을 돌보지 않는 사람을 가리켜 한 마디로 “믿음을 배반한 자”라고 불렀다. 이것은 얼마나 험악한 말인가! 가정을 돌보지 않는 자는 배도자와 다를 바가 없다. 사도 바울에 의하면 가정을 돌보지 않는 행위는 인간의 윤리에만 어긋나는 것일 뿐 아니라 신의 도리에도 거슬리는 것이었다. 그런데 사도 바울의 험악한 말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사도 바울은 가정을 돌보지 않는 사람을 “불신자보다 더 악한 자”라고 규정했다. 이것은 사도 바울이 다른 곳에서는 잘 사용하지 않는 정말 무서운 표현이다. 세상에 사람의 말로는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별별 악한 일이 아무리 많다고 하더라도 사도 바울이 보기에 하나님을 믿지 않는 것보다 더 악한 일은 또 다시 없었다.


불신은 악 중에 악이며 죄 중에 죄다. 그러나 이런 악 중의 악이며 죄 중에 죄인 불신까지도 가정을 돌보지 않는 행위 앞에서는 자리를 양보한다는 것이다. 가정을 돌보지 않는 행위는 더 이상 아무 것에도 비길 데가 없는 악이며 죄다. 도대체 가정을 돌보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면 사도 바울은 이런 거친 표현까지 마다하지 않았을까.

가정 돌보지 않음이 가장 큰 죄

지금까지 사도 바울의 말을 설명하기 위해서 여러 문장을 썼다. 하지만 사도 바울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그리 복잡한 것이 아니다. 신자라면 마땅히 가정을 돌봐야 한다는 것이다. 가정은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하다. 가정이 무너지면 교회도 무너진다. 기독교는 가정종교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