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옥한흠목사

교회 존경 못받는건 거짓 회개 탓 /옥한흠목사

새벽지기1 2016. 2. 10. 09:27

"교회 존경 못 받는 건 거짓회개 탓”

10일 옥한흠(69·사랑의교회 원로) 목사를 찾았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8일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렸던 ‘한국교회 대부흥 100주년 기념대회’에서 대표 설교를 했다.

제목은 ‘주여, 살려 주시옵소서’였다.

그의 설교는 파격이자, 눈물이자, 고통이자, 벌거벗음이었다.

10만 명의 개신교인이 상암경기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그의 절규가 터져 나왔다.

“‘믿기만 하면 구원받는다’고 하면, 사람들은 ‘아멘!’합니다.

믿음만 있으면 하늘의 복도, 땅의 복도 다 받을 수 있다고 하면, ‘할렐루야!’라고 합니다.

그러나 ‘행함이 따르지 않는 믿음은 거짓 믿음이요, 구원도 확신할 수 없다’고 하면

사람들 얼굴이 금방 굳어져 버립니다.

말씀대로 살지 못한 죄를 지적하면 예배 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집니다.”

옥 목사는 스스로 “이놈이 죄인”이라며 가슴을 쳤다.

그래서, 죄, 회개, 순종 등의 부담스런 단어를 피했다고 했다.

그는 울먹이며 “단 것은 먹이고 쓴 것은 먹이지 않으려는 나쁜 설교자가 됐습니다”라며 “

복음을 변질시켰다는 주님의 질책 앞에서 ‘나는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한국교회의 목회자가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외쳤다.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올해 개신교계 최대 행사인 ‘100주년 기념 대회’에서 교회를 겨누고,

목회자를 겨냥하는 설교는 그 자체가 처절한 ‘회개’였다.

그래서 다시 그를 만나고 싶었다.

그의 설교, 아니 그의 회개에 깃든 보석 같은 ‘눈물’을 다시 캐고 싶었다.

-감동적인 설교였다. ‘100주년 기념대회’ 설교의 메시지는.
 
“내 얘길 해선 안 되지 않나. 하나님이 주시는 말씀을 전해야 했다.

하나님의 메시지는 ‘교회의 회개’였다.

그걸 하나님이 주셨다는 확신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전하기가 너무 어려운 말씀이었다.”

-왜 전하기 어려운 말씀이었나.

“100주년은 기념 페스티벌 아닌가. 그런 말씀을 어떻게 전할 수 있겠나.

예수님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얘기다.

그러나 나는 다르다. 나도 한국의 목회자, 똑같은 입장이 아닌가.

차라리 목회자의 한 사람으로 ‘잘못했다’는 간증을 하라면 쉽다.

혹은 ‘나는 깨끗하다. 너희는 왜 그런가’라고 정죄하는 것도 쉽다.

그러나 간증도, 정죄도 아닌 설교의 자리였다.

그래서 밤낮없이 기도했다. 설교는 20분, 준비에는 20일이 걸렸다.”
 

-끊임없이 ‘교회의 회개’를 지적했다. 과연 ‘회개’란 뭔가.
 
“거룩한 하나님 앞에 섰을 때 나에게 일어나는 인간적 반응이다.

가령 옛날 시골의 촌부가 시저 같은 시대의 영웅 앞에 섰다면 뭘 느꼈겠나.

초라함, 체면 안 섬, 비참함이었을 거다.

 

하나님은 죄가 없는 분이시다.

그래서 하나님 앞에 서면 인간의 실존 자체가 더럽게 느껴진다.

죄가 없는 사람일수록 그걸 더 강하게 느낀다. 바로 거기서 교회도 회개해야 한다.”
 

-지금 한국 교회에 ‘평양대부흥의 회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왜 그런가.
 
“주위를 보라. 교회는 날마다 회개하고 있다.

그런데 왜 회개가 필요할까.

바로 회개가 ‘형식’이 돼 버렸기 때문이다. 이건 아주 중요한 포인트다.”
 

 

-‘형식’이라면.
 
“교회에서 ‘주님, 시어머니를 미워하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라며 눈물을 흘리고 돌아가면 시어머니를 사랑해야 맞다.

그런데 변함없이 미워하고 있다.

이런 형식적인 회개가 쌓이고, 쌓이고, 쌓여서 ‘위선’이 된다.”
  
 

-사람들은 쉽게 “예수를 믿는다”고 말한다. ‘믿는다’의 참뜻은.
 
“전인격적인 위탁이다.

옛날에는 선도 안 보고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남자의 얼굴도 모른 채 눈물을 질질 짜면서 따라갔다.

그때부터 여자의 팔자는 남자의 팔자가 되는 거다.

인생을 모두 남자에게 맡겨 버리는 것이다.

그게 전적인 위탁(Total Commitment)이다.

믿음에는 그런 의미가 있다.”
 

-‘나’는 없고, ‘하나님’만 남는 건가.
 
“그렇다. 전적인 위탁에는 ‘나’가 없다.

예수님과 하나 되는 나, 예수님 안에 있는 나만 있을 뿐이다.

예수님께서 왜 ‘회개하라’고 하셨나.

세상 사람과 구별되는 거룩한 삶을 살라는 것이다.

그 말씀을 살면서 매일매일 회개를 통해 자신을 거룩하게 지키라는 것이다.”
 

 

-‘거룩함’이란 뭔가.
 
“회개를 통한 깨끗해짐이다.

교회가 세상과 구별되는 것은 성결(聖潔), 즉 거룩함이다.

그 성결은 형식을 통해선 닿을 수 없다.

진실한 회개를 통해서만 닿을 수 있다.”
 

 

-그럼 한국 교회의 회개는.
 
“한국 교회의 현주소를 보라.

거짓 아닌 ‘진짜 회개’를 할 능력을 잃어버리지 않았는지 염려스럽다.

그래서 교회가 사회로부터 신뢰와 존경을 못 받는 것이라고 본다.

 

교회가 사느냐, 죽느냐의 책임은 100% 목회자에게 있다.

양적인 성장을 말하는 게 아니다. 질적인 성장이 절실하다.”
 

마지막으로 평소 가슴에 새기고 있는 성경 구절을 물었다.

옥 목사는 “고린도전서 15장10절 말씀”이라고 했다.

‘나의 나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다.’

 

그는 “이 육신의 생명은 물론,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이 하나님이 공짜로 주셔서 받은 것”이라고 했다.

 

옥 목사는 정년을 5년 앞둔 2003년, 신도 수 5만 명의 사랑의교회(서울 서초동) 담임목사를 오정현 목사에게 물려줬다. 
 
 

글=백성호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