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가을이 떠나가며 흘리는 눈물인가 봅니다.
거리는 아직 밝혀져있는 가로등 불빛에 예쁘게 빛을 발합니다.
가끔 가냘픈 바람에 춤을 추는 모습이 정겹기도 합니다.
이제 이 가을을 떠나보내야할 때가 되었나 봅니다.
헤드라이트 불빛에 가로수의 아름다운 모습들이 더욱 선명해집니다.
끝물의 단풍을 토해내고 있습니다.
하얀 겨울에 하얀 꽃을 피우고, 따뜻한 봄날에 연초록빛 꽃을 피우기 위해 잠 잘 준비를 하고 있나봅니다.
귀한 열매를 선물했으니 나름 흐뭇한 마음일겝니다.
가양대교 위를 달리는 버스가 마치 개선장군 같습니다.
시내버스의 특권을 맘껏 누리고 있습니다.
덕분에 몇 분 빨리지긴 합니다. 옆좌석 아저씨는 연신 고개를 떨구곤 합니다.
아마도 가을비에 밤잠을 설쳤나봅니다.
아님 하루 종일 닥칠 전투에 미리 그 힘을 비축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따라 에스커레이트가 빨라 보입니다.
발걸음을 재촉하는 젊은이에 뒤질세라 덩달이 내리닫습니다.
환승입니다라고 아침인사를 하는 기계음 소리가 정답습니다.
갑자기 앞서가는 이들이 뛰어가는 것을 보니 이미 열차가 도착했나봅니다.
급행이 떠나기를 기다리는 완행차에는 빈자리가 없습니다.
국회의사당역에 도착하여 잠시 역내 벤치에 앉아봅니다.
마음의 쉼터입니다. 그런데 월요일 아침에는 항상 벤치 위에 있던 자그마한 광고지?가 눈에 띄지 않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교회의 주보인데, 정성스런 그 손길에 무슨 일이 없길 소망해봅니다.
아직도 가을비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출구에서 나와 이백여 미터 되는 풍경은 제법 운치가 있습니다.
아직 은행나무에는 가을의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뒤로는 며칠 뒤에 있을 거산 대통령 국장이 거행될 국회의사당 건물이 공룡처럼 버티고 있습니다.
눈 앞에 보이는 가을의 끝자락 모습에 마음을 빼앗깁니다.
멀리보이는 여의도 광장의 모습도 눈에 들어옵니다. 비가 아니면 여의도공원 벤치에 들렸을겝니다.
친구가 곁에 있어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런데 그 친구 앞에 부끄럽습니다.
알러지비염과 가끔 겪는 가슴답답함에 과로워하는 내 모습이 사치스럽게 느껴집니다.
힘들어하는 친구를 위해 무엇인가 하고 싶은데 마땅한 게 없습니다.
마음으로 함께 한다는 것 또한 부끄럽습니다.
그래도 위하여 기도할 수 있음에 감사하지만 가끔은 내 기도에 늦게 응답해 주시는 그 분께 투정을 부립니다.
올해가 가기 전에 친구 얼굴을 꼭 봐야겠습니다.
오래전부터 전해주고 싶었던 책이 여러권으로 늘었습니다.
그간 마음으로 문자로 안부를 묻고 위하여 기도하였지만 그것만 가지고는 안되겠습니다.
성실하게 살아온 친구의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얘기를 나누어야겠습니다.
분명 이 가을비가 그치면 추위가 몰려오겠지요.
두툼한 겨울옷을 준비해야겠네요.
따뜻한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 곁에 다가가야겠습니다.
분명 다가오는 겨울에도 살아가야할 이유를 주시는 그 분의 은혜는 계속될 것이라는 소망으로 오늘을 시작해봅니다.
그 분만이 나의 소망이요 힘이 되시기에
그 분께서 베푸시는 은총으로 오늘을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샬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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