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정병선목사

좋은 사회, 좋은 사람

새벽지기1 2015. 10. 18. 08:40

한국의 청년이 영국으로 달려가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Zygmunt Bauman)과 인터뷰했다.

인터뷰 중 바우만은 ‘좋은 사회란 어떤 사회일까?’에 대해 두 번 이야기했다.

인터뷰 초기에는 사회학자로서의 자기 인생을 돌아보며 좀 길게

 

“젊었을 때에는 좋은 사회에 대한 제한된 관념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완벽한 사회의 모델에 대한 확신을 지니고 있었고,

어떤 식으로 작동해야 하는지 나름의 해답을 제시하곤 했었죠.

그런데 제게 주어진 소명의 마지막에 다다른 지금 저는

좋은 사회란 지금 이 사회가 결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사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즉 자기 비판적이면서도 잘못된 것을 개선하고,

나아가 변화를 원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입니다.

그것이 좋은 사회 혹은 공동선이 실현된 사회 - 만약 그것이 가능하다면 - 에 대해

제가 여러분께 드릴 수 있는 단 하나의 정의입니다.”라고 답했고(희망 살아있는 자의 의무. 40쪽),

 

인터뷰 말미에 가서는

 

“좋은 사회란 자신이 속한 사회가 결코 현재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곳입니다.”

 

라고 짧게 핵심만 빈복했다. (201쪽).

 

바우만의 설명은 의외였다.

‘지금 이 사회가 결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어떻게 좋은 사회일 수 있지?’

라는 의문이 두뇌를 자극했다.

‘지금 이 사회가 최고야. 지금 이 사회가 너무 만족스러워! 지금 이대로 고고~~ 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가 좋은 사회 아닐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런데 곰곰이 곱씹어보니 팔십이 넘은 사회학자의 안목이 배인 탁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지금 이 사회가 최고야. 지금 이 사회가 너무 만족스러워! 지금 이대로 고고~~’ 하는 사회는 결코 좋은 사회일 수 없다. 그런 사회는 이내 곧 썩고 부패할 것이 분명하니까.

아니, 이미 정신이 썩고 부패한 사회이니까.

 

반대로 ‘지금 이 사회는 썩었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어. 이 사회는 망해야 돼~~’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 또한 좋은 사회일 수 없다.

그런 사회는 절망과 분노로 인해 무너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

아니, 그런 사회는 이미 지옥인 거니까.

 

결국 사회학적 관점에서 좋은 사회란

‘지금 이 사회로는 결코 충분치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사회,

즉 자기 비판적이면서도 잘못된 것을 개선하고, 나아가 변화를 원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라는

바우만의 이해가 옳다는 결론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