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신학대학교에서의 공부는 최소한의 준비에 불과하다. 신학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평생 공부할 준비를 한 것뿐이다. 양적으로도 그렇고 질적으로도 그렇다. 그런 준비를 마친 사람은 목사의 직을 끝낼 때까지 신학공부를 손에서 놓지 말아야 한다. 그가 하나님에게 관심이 있다면 저절로 그렇게 할 것이다.
이런 신학공부의 구체적인 방법은 무엇일까? 한 가지의 방법만 있는 건 아니다. 내가 보기에 최선은 신학책읽기다. 이것도 간단한 게 아니다. 일단 책을 고르는 게 어렵다. 책을 고를 수 있는 안목을 갖추려면 상당한 훈련을 받아야 한다. 내가 신학생들에게 책읽기의 기술에 대해서 가끔 이야기하는데, 그 내용을 간추려서 설명하겠다.
책을 고를 때 가장 먼저 봐야 하는 게 저자다. 가능하면 국내 저자의 책이 좋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권위 있는 신학자들이 많이 배출된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외국 저자들의 이름을 먼저 보게 된다. 번역자도 물론 중요하다. 과거에는 명망이 있는 신학대학 교수들이 조교에게 번역을 시켜서 자신의 이름으로 출판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책들은 벌써 표시가 난다.
한국교회는 번역 작업을 좀더 적극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전문 번역자를 키우는 게 급선무다. 한국교회는 해외 선교사 파송에는 열을 내지만 전문 번역자 양성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 내가 보기에 해외 선교사 숫자를 대폭 줄이고 그 숫자만큼 전문 번역자를 확보하는 게 한국교회의 내일을 위해서 훨씬 바람직하다. 번역 사업이 신학공부에서 왜 중요한지는 여기서 길게 설명하지 않겠다. 번역만 잘 해 놓으면 비싼 돈 들여서 외국 유학을 가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일본 사람들이 박사 학위 공부를 위해서 외국으로 잘 나가지 않는 이유도 일본의 번역 문화에 있을지 모르겠다. 신학 책만 해도 그렇다. 우리에 비해서 기독교인 숫자가 턱없이 적는 나라지만 신학책 번역은 우리보다 몇 배 앞섰다. 예를 들어 우리는 지금에서야 바르트의 <교회 교의학> 전집을 번역 중에 있지만 일본은 진작 다 끝냈다. 내가 전공한 판넨베르크 책 번역은 아직도 멀었다.
책을 읽을 때 중요한 것은 모든 내용을 다 파악해야 한다는 부담감으로부터의 해방이다. 다 몰라도 괜찮다. 일단 머리에 들어오는 것만큼 이해하고 넘어가면 된다. 그런 책읽기가 축적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신학적 사유도 깊어진다. 책읽기는 등산과 비슷하다. 처음부터 높은 산을 오를 수는 없다. 자신이 오를 수 있는 정도만큼 올라가다보면 등산의 내공이 생기고, 점점 높은 산을 오를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기술은 읽기의 반복이다. 신학생 시절에 읽은 책을 나이가 들어 다시 읽으면 더 많은 내용들이 들어온다. 이런 과정을 수행하다보면 책읽기의 기쁨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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