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교회의 목사들도 이런 위기에 노출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소명의식의 교정과 심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세월과 더불어 목회의 자신감이 붙으면서 자신의 업무가 어디에서 연원하며 어떤 힘에 의해서 존속되는지를 까마득하게 잊는다. 소명의식이 소실점 너머로 사라진다. 늘 초심을 유지하는 목사들도 물론 있다. 모든 목사들을 매도하려는 게 아니라 전반적인 흐름이 그렇다는 뜻이다.
이왕 말이 나왔으니 이에 대한 단서를 한 가지만 말하자. 목사들에게는 모임이 많다. 공사(公私)에 걸쳐서 종류도 다양하다. 공적인 모임도 성격이 서로 다르다. 노회나 총회, 그리고 각종 위원회와 부서 모임도 있고, 목회와 설교나 신학 세미나 같은 모임도 있다. 공적이기도 하고 사적이기도 한 친목 모임도 있다. 재미있는 건 이런 모임에서 신학적인 논의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사적인 모임에서는 말할 나위도 없다. 일반 사람들이 저녁에 술집에 모여 잡담하는 수준의 대화와 별로 다를 게 없다. 기껏해야 목회 정보의 공유에 머문다. 심지어는 문제를 일으키는 장로를 처리한 무용담으로 대화가 활기차게 돌아간다. 모르긴 몰라도 아마 정치 장로들도 모여서 그런 말만 할 것이다. 목사 흉보기, 목사 쫓아내기, 이권 챙기기 등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이유는 목사의 신앙이나 인격이 특별히 잘못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 실존이 원래 그렇기 때문이다. 목회 현장에 들어가면 그것이 그에게 현실이 된다. 교회 조직을 활성화하는 데만 마음이 갈 수밖에 없다. 소명의식이 질식하거나 경직되거나 과대 포장이 되고 만다. 소명의식이 목회 전체 과정을 통해서 교정되고 심화되지 않으면 목사는 과대망상, 아니면 패배주의에 빠진다. 다시 강조하거니와 소명의식의 교정과 심화를 위해서 책읽기가 최선이다.
'좋은 말씀 > -매일 묵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목사공부(24) 목회의 예술(art) / 정용섭 목사 (0) | 2025.05.08 |
---|---|
목사공부(23) 목사의 소명과 업무 / 정용섭 목사 (0) | 2025.05.08 |
목사공부(21) 소명을 아는 사람은 책을 읽게 된다. / 정용섭 목사 (0) | 2025.05.07 |
목사공부(20) 신학책읽기 / 정용섭 목사 (0) | 2025.05.07 |
목사공부(19) '모든 공부에 때가 있듯이 신학공부에도 때가 있다.' / 정용섭 목사 (0) | 2025.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