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그 때 예수님이 미쳤다는 소문을 듣고 잡아 데리고 오기 위해 나사렛을 떠났던 어머니와 동생들이 그 집에 당도한다. 그들은 사람들을 헤집고 앞으로 갈 수가 없어서 사람을 시켜 예수님께 전갈을 보낸다(31절). 그 소식을 전해 받자(32절) 예수님은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냐?”(33절)고 물으시고는, 주위에 둘러 앉은 사람들을 보시고 “보아라, 내 어머니와 내 형제자매들이다.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사람이 곧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다”(34-35절)라고 말씀하신다.
얼른 보기에는 육신적인 가정을 부정하신 말처럼 들린다. 어떤 사람들은 예수님이 가족과 절연했기 때문에 “누가 내 어머니이며, 내 형제들이냐?”고 물으셨다고 본다. 하지만 나중에 어머니와 동생들은 예수님의 사역에 참여했고, 어머니 마리아는 십자가 처형장까지 따라갔다. 부활 승천 후에 동생 야고보는 예루살렘 교회의 지도자가 되었고 다른 동생 유다는 짧은 편지 하나(유다서)를 남겼다. 따라서 예수님은 육신의 가족을 버린 것이 아니라 넘어선 것이다. 육신적인 가족보다 더 크고 영원한 하나님의 가족을 위한 희생이었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여 추측해 보자면, 이 말씀 후에 예수님은 가족을 따로 만나 안심시켜 돌려 보냈을 것이다.
예수님은 늘 하시던 습관 대로 일상적인 사건을 소재로 영원한 진리를 가르치신 것이다. 믿는 이들은 하늘 아버지를 모신 영적 가정의 식구다. 따라서 믿는 이들에게는 육신의 가족도 중요하지만 그것에만 매이면 안 된다. 믿는 이에게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신 영원한 가족이 더 중요하다.
묵상: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강한 관계는 혈연 관계입니다. 그래서 “천륜”이라고도 부릅니다.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은 혈연 관계의 특성을 보여줍니다. 가족은 한 사람이 태어나서 가장 먼저 만나는 세상입니다. 대개의 경우에 사람들은 가정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는 공동 생활을 통해 더욱 강해집니다. 그래서 가족을 잃는 것이 상실감을 겪는 가장 큰 원인이 되고, 가족을 위해서라면 때로 목숨도 아끼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정과 가족의 연대는 한시적입니다. 부모가 아무리 좋아도 때가 되면 자녀는 부모를 떠나 독립해야 합니다. 독립하지 않는다 해도 때가 되면 부모는 떠나게 되어 있습니다. 자녀를 언제까지나 품고 있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때가 되면 홀로 서게 해야 합니다. 부부도 결국은 죽음으로 인해 이별하게 됩니다.
예수님은 혈연 관계보다 더 강한 관계가 있다고 하십니다. 영원하신 아버지 하나님을 모신 영원한 가정이 있음을 알라고 하십니다. 부모는 잠시 동안 영원하신 부모를 대신해 양육을 맡는 것이고, 부부로 산다는 것은 영원한 신랑이신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살아가는 것을 연습하는 일입니다. 자녀에 대한 부모의 가장 큰 책임은 자녀에게 영원한 부모이신 하나님을 알게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안다면 육신적인 가정을 가꾸고 가족을 사랑하고 살펴야 합니다. 동시에 영원한 가족을 생각해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우리는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신 영원한 가정에 속하게 됩니다. 교회는 이 땅에서 그 영원한 가정을 경험하게 하는 영적 가정입니다. 믿는 이들은 육신의 가정을 사랑하는 것만큼이나 영적 가정인 교회를 사랑하고 섬깁니다. 교회를 통하여 믿음의 형제 자매를 만나 생사고락을 함께 합니다. 그러다 보면 때로 믿음의 가족이 혈연 가족보다 더 든든한 힘이 되는 것을 느낍니다.
이렇듯, 믿는 사람에게는 이 땅에서 두 개의 가정이 있는 셈입니다. 하나는 혈연으로 형성된 가정이고, 다른 하나는 믿음으로 형성된 영적 가정 즉 교회입니다. 두 개의 가정은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신 영원한 가정의 견본품으로 주어진 것입니다. 두 개의 가정을 소중히 일구고 사랑하면서 우리는 영원한 가정을 기다리고 소망합니다.
기도:
영원하신 아버지, 저희를 하나님의 영원한 가정에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과 평화가 가득한 그 영원한 가정을 소망하고 기다리며, 오늘 저희에게 주신 육신적 가정과 영적 가정을 가꾸고 섬기고 사랑하게 해주십시오. 가정과 가족을 사랑하되 그것에만 매이지 않게 하시고, 교회와 하나님 나라를 사랑하고 섬기되 육신적인 가정을 소홀히 하지 않게 해주십시오.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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