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어리석은 농부 (막 4:1-9) / 김영봉 목사

새벽지기1 2025. 1. 21. 04:34

해설:

예수께서는 다시 갈릴리 호수로 가신다. 그곳은 많은 무리에게 설교하기에 이점이 많았다. 배를 강단 삼으면 무리와의 사이에 안전 거리를 확보할 수 있었고, 호수로부터 육지로 부는 바람으로 인해 멀리까지 음성이 전해졌기 때문이다(1절).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에 대해 가르치면서 여러가지의 비유를 사용하셨다(2절). 하나님 나라는 일상적으로 경험할 수 없기 때문에 일상적인 것에 비유하여 설명해야 했다. “비유”에 해당하는 헬라어 ‘파라볼레’는 “곁에 두다”라는 의미다. 곁에 두어 서로 비교하여 이해하도록 돕는 것을 말한다. 예수님은 예화, 직유, 은유 등을 사용하셨다. 

 

첫번째로 소개하는 비유는 예화에 속한다. 이 이야기에서 예수님은 이상한 농부를 등장시킨다. 그는 밭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발 닿는 곳마다 마구잡이로 씨를 뿌린다(3절). 길에도, 돌짝밭에도, 가시덤불에도 씨를 뿌린다. 길에 뿌린 씨앗은 새에게 쪼아먹히고, 돌짝밭에 떨어진 씨앗은 싹을 내지만 뿌리가 깊지 못해 말라 죽는다.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앗은 어느 정도 자랐으나 열매를 맺을 수가 없다(3-7절). 많은 씨앗을 허비한 것이다. 하지만 좋은 땅에도 떨어진 씨앗이 자라서 “삼십 배, 육십 배, 백 배”의 열매를 맺는다(8절). 

 

이 말씀 후에 예수님은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들어라”(9절)고 하신다. 듣는다고 다 듣는 것이 아니고, 본다고 다 보는 것이 아니다. 귀로 듣고 마음으로 깨달아야 진실로 듣는 것이고,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깨달아야 진실로 보는 것이다. 예수님의 비유는 마음으로 들어야 깨달을 수 있었다. 하나님 나라는 귀로 듣고 눈으로 보는 대상이 아니다. 마음으로 깨달아 알 대상이다.

 

묵상: 

예수님의 예화 비유에는 항상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그 이상한 점을 이해하는 것이 예화 비유의 의미를 푸는 열쇠입니다. 이 예화 비유에 등장하는 농부는 아주 이상합니다. 밭의 상태를 고려하지 않고 아무 데나 씨를 뿌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농부는 복음 전하는 사람을, 씨앗은 복음을 의미합니다. 

 

복음을 전하는 것은 마치 눈 감고 씨를 뿌리는 것과 같은 일입니다. 상대를 보아가며 될법한 사람에게만 전하는 것이 아니라, 될성 싶지 않은 사람에게도 전해야 합니다. 그 사람의 마음 상태는 오직 하나님만 아시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복음 전하는 일은 자주 헛수고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그 중에는 마음이 준비된 사람들이 있습니다. 비록 소수라 해도 그 사람들이 복음을 받아들이면 상상하지 못할 많은 열매를 거둡니다.

 

복음 전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은 허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길바닥이나 돌짝밭 혹은 가시덤불에 떨어진 씨앗은 열매를 맺지 못하고 죽어 버립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마음에 떨어진 하나님의 말씀은 결코 죽지 않습니다. 때가 되면 말씀의 생명력이 불일듯 일어날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이 예화 비유는 우선적으로 말씀을 전하는 사람들을 격려하기 위해 주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복음 전하는 사람은 어리석은 농부처럼 될 성 싶지 않아 보이는 사람에게도 복음의 씨앗을 뿌려야 합니다. 또한 복음 전하는 사람은 신속히 열매를 거둘 기대를 하지 말아야 합니다. 농부가 씨앗을 뿌리고 열매를 거둘 때까지 상당한 시간과 인내가 필요한 것처럼, 복음의 열매를 거두는 것도 그렇습니다. 

 

그러므로 복음을 전하는 사람은, 바울 사도가 디모데에게 준 권면 즉 “기회가 좋든지 나쁘든지, 꾸준하게 힘쓰십시오”(딤후 4:2)라는 말씀을 명심해야 합니다. 당장 열매가 없더라도 기회를 찾아 꾸준히 생명의 복음을 전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큰 열매를 보고 기뻐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기도:

어리석은 농부가 되라고 하신 주님, 저희는 너무 똑똑해지고 싶어합니다. 너무나 계산에 밝습니다. 복음을 받아들이기에 잘 준비된 마음만 찾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저희에게 맡겨주신 씨앗 자루를 그대로 들고 있습니다. 주님, 복음 전하는 일에 저희를 어리석게 만들어 주십시오. 주님께서 맡기신 복음의 씨앗을 아낌없이 뿌려 주님 앞에 내놓을 열매가 있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