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비밀, 신비 그리고 수수께끼 (막 4:10-12) / 김영봉 목사

새벽지기1 2025. 1. 22. 04:35

해설:

많은 사람들이 예수님을 따라다닌 까닭에 그분에게는 쉴 틈이 없었다. 하지만 그분은 무리를 피하여 조용한 시간을 가지곤 하셨다. 그럴 때면 제자들이 그분이 하신 말씀이나 행동에 대해 여쭙곤 했다.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듣고 난 후에도 제자들이 그 비유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 달라고 청한다(10절). 

 

예수님은 그들에게 비유의 의미를 설명해 주시면서 “너희에게는 하나님 나라의 비밀을 맡겨 주셨다”(11절)고 말씀 하신다. “하나님 나라”는 어떤 공간이 아니라 “하나님의 다스림”을 의미한다. 온 우주와 모든 생명은 하나님의 다스림 안에 있다. 그분의 다스림은 눈에 보이지도, 손에 만져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비밀”이라고 부르신다. 헬라어 ‘뮈스테리온’은 “신비”라고 번역할 수 있다. 뭔가 분명히 존재하는데 확실히 잡을 수도 없고 이해하기도 어려운 것을 가리킨다. 하나님의 다스림이 그렇다. 그래서 예수님은 비유를 사용하신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그러나 저 바깥 사람들에게는 모든 것이 수수께끼로 들린다”고 덧붙이신다. “수수께끼”는 헬라어 ‘파라볼레’의 번역이다. ‘파라볼레’는 “이해를 돕기 위한 비유”라는 의미로 쓰이지만,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라는 의미로도 사용되었다. “바깥 사람”은 믿지 않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그들은 하나님 나라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 귀신 씻나락 까먹는 말처럼 생각하고 무시한다. 

 

그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하나님은 이미 오래 전에 이사야를 통해 그런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예고 하셨다. 그분은 이사야를 예언자로 부르시면서, 그가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도 회개하여 구원 받은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해 주셨다. 그런 일이 과거에도 있었고 지금 예수님에게도 일어나고 있다.

 

묵상:

예수님은 사마리아 여인에게 “하나님은 영이시다. 그러므로 하나님께 예배를 드리는 사람은 영과 진리로 예배를 드려야 한다”(요 4:24)고 하셨습니다. “영”이라고 번역된 ‘프뉴마’는 “숨”, “공기”, “바람” 등으로 번역됩니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존재합니다. 그것처럼 하나님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만져지지 않지만 존재하시고 활동하십니다. 

 

온 우주와 모든 생명이 그분에게서 나왔고 그분 안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바울 사도는 하나님에 대해 “모든 것 위에 계시고 모든 것을 통하여 계시고 모든 것 안에 계시는 분이십니다”(엡 4:6)라고 했고, “우리는 하나님 안에서 살고, 움직이고, 존재하고 있습니다”(행 17:28)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거울 앞에 서지 않는 한 우리 몸 전체를 대상으로서 볼 수 없는 이유는 눈이 우리 몸에 속해 있기 때문입니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하나님을 하나의 대상으로 볼 수 없는 이유는 우리가 그분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의 존재와 그분의 일하심을 ‘뮈스테리온’(비밀 혹은 신비)이라고 부르셨습니다. 육신의 한계 안에 갇힌 인간은 하나님의 존재와 일하심을 직접 알 수 없습니다. 그분께서 드러내 보여 주실 때에만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비밀”입니다. 하나님께서 당신 자신에 대해 드러내 보여 주신다 해도 우리로서는 다 볼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신비”입니다. 신비는 우리를 매료시킵니다. 알면 알수록 더 알고 싶어집니다. 믿는다는 것은 그 신비를 품고 신비를 살아가는 것입니다. 그럴 때 그 신비가 우리를 변화시킵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신비에 눈 뜨고 그 신비에 매료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고 손에 만져지는 것을 전부로 여기는 사람들입니다. 이들에게는 제 아무리 대단한 증거를 보여 주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볼 눈이 없고 들을 귀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니, 살던 대로 살고 싶어서 눈을 질끈 감고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사야가 예언할 때에도 그랬고, 예수님께서 말씀을 전하실 때에도 그랬으며, 지금도 그렇습니다. 그들에게는 예수님의 말씀이 수수께끼처럼 들릴 뿐입니다.   

 

기도:

오 주님, 육신의 눈을 감습니다. 마음의 눈을 밝혀 주십시오. 육신의 귀를 막습니다. 마음의 귀를 열어 주십시오. 우리 위에 계시고 우리 중에 계시고 우리 안에 계시는 주님을 보게 해주십시오. 우리가 주님 안에 살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십시오. 주님께서 우리 안에서, 우리 곁에서, 우리 위에서 매일 만들어 가시는 신비로운 일들을 보게 하시고 따라가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