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마가는 비유를 몇 개 더 소개한다. 그 하나는 “등불의 비유”다. “말”(21절)은 곡물을 계량하는 그릇을 가리킨다. 등불을 켜서 그릇으로 덮어 두거나 침상 아래에 숨겨둘 사람은 없다. 등불을 켜는 이유는 어두운 곳을 밝히려는 것이다. 등불을 켰다면 높은 곳에 두는 것이 상례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숨겨 둔 것은 드러나고, 감추어 둔 것은 나타나기 마련이다”(22절)라고 덧붙이신다.
“숨겨 둔 것”과 “감추어 둔 것”은 예수님의 정체를 가리킬 수도 있고 하나님의 비밀을 가리킬 수도 있다. 예수님은 지금 당신의 정체를 숨기고 있지만 결국은 드러날 것이다. 하나님의 다스림도 지금은 감추어진 것 같지만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다. 그러면서 예수님은 “들을 귀가 있는 사람은 들어라”(23절)고 하신다.
또 다른 비유는 “되질의 비유”다. “되”(24절)는 “말”보다 작은 계량용 그릇이다. “너희”는 제자들을 가리킨다. 되로 담는 내용물은 계시 혹은 깨달음이다. “너희가 되질 하여 주는 만큼”이라는 말은 “너희가 깨닫는 분량 만큼”이라는 뜻이다.
“너희에게 되질하여 주실 것이요, 덤으로 더 주실 것이다”라는 말은, 하나님께서 더 많이 깨닫게 해 주실 것이라는 뜻이다. 25절은 “빈익빈 부익부”의 사회 현상을 계시에 대한 깨달음에 적용한 말씀이다. 하나님의 계시를 깨닫는 사람은 점점 더 많이 깨닫게 되고, 마음이 어두워져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점점 더 어두워질 것이라는 뜻이다.
묵상:
수수께끼 혹은 넌센스 문제들은, 알고 보면, 어이 없을 정도로 쉬운데 단서를 잡기 전까지는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단서 없이 그 문제를 풀려고 머리를 쥐어 짜다 보면 점점 더 캄캄해집니다. 그런 사람이라도 문제를 계속 풀다 보면 감각이 발달합니다. 어느 정도 감각이 생겨나면 문제 해결 능력이 훨씬 커집니다.
예수께서 “하나님 나라의 비밀”이라고 말씀하신 이유 그리고 비유로 하나님 나라에 대해 가르치신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물질주의적인 세계관에 갇혀 있는 사람에게 하나님의 다스림은 감추어져 있고 숨겨져 있습니다.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고 물질과 육신을 초월해 있는 영적 세계를 인정해야만, 드러나지 않게 일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마음의 눈을 뜨는 것이고 마음의 귀가 열리는 것입니다. 그런 사람에게는 하나님께서 점점 더 많은 것을 보고 듣게 해주십니다. 반면, 마음의 눈이 어둡고 귀가 닫힌 사람은 점점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내몰립니다.
동일한 사건, 동일한 사물을 보고, 어떤 사람은 “하나님이 하셨다!”고 고백하고, 어떤 사람은 “하나님이 도대체 어디 계신가?” 하고 묻습니다. 앞의 사람은 물리적인 세계 안에서 활동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분별한 것입니다. 반면, 뒤의 사람은 물리적인 세계만을 보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결국은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살아가느냐의 문제입니다. 무신론적인 세계관을 가지고 사는 사람에게는 어떤 증거를 들이밀어도 믿지 않습니다. 반면, 하나님을 인정하고 살아가는 사람에게는 사소한 일을 통해서도 하나님의 손길이 보입니다.
기도:
주님, 저의 마음을 성령으로 씻어 주십시오. 하나님의 부드러운 손길을 볼 수 있도록 저의 눈을 밝혀 주시고 그분의 미세한 음성을 들을 수 있도록 저의 귀를 열어 주십시오. 주님의 손길을 더 자주, 더 가까이 경험하고 살게 해주십시오. 마음에 울리는 주님의 음성을 더 세심하게 분별하게 해주십시오. 하나님의 나라가 결국 환히 드러날 날을 기다리며 소망합니다. 그 믿음으로 오늘 여기서 하늘 나라를 살게 해주십시오.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 아멘.
'좋은 말씀 > -사귐의 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소박한 시작, 놀라운 미래 (막 4:30-34) / 김영봉 목사 (0) | 2025.01.25 |
---|---|
농부의 믿음으로 (막 4:26-29) / 김영봉 목사 (0) | 2025.01.25 |
열매 맺는 마음 (막 4:13-20) / 김영봉 목사 (0) | 2025.01.23 |
비밀, 신비 그리고 수수께끼 (막 4:10-12) / 김영봉 목사 (0) | 2025.01.22 |
어리석은 농부 (막 4:1-9) / 김영봉 목사 (0) | 2025.01.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