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김영봉목사

멘탈 갑이 되는 법 / 김영봉목사

새벽지기1 2024. 8. 12. 07:09

   저는 아리조나 호피 보호 구역에서 교우들과 함께 선교 사역을 하는 중에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저희는 금요일 밤에 떠나 토요일 아침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호피 보호 구역에 대한 선교 이야기는 지난 주 목회 칼럼에서 나누었고, 18일 주일 예배 중에 자세한 보고와 간증도 있을 예정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11일로 끝나는 파리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려 합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지 올림픽 결승 경기 하일라이트 영상을 자주 들추어 보았습니다. 운동에 대해서는 잘 아는 것이 없지만, 탁월한 기량으로 경기하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감동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번에 한국 선수들이 사격과 양궁 등 여러 종목에서 보여 준 집중력과 침착함은 보는 이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저는 운동에 관한 한 어릴 적부터 열등감을 가지고 살았습니다. 초등학교 시절에는 가을운동회가 제일 싫었고,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체육 시간이 제일 괴로웠습니다. 민첩함을 요하는 운동시합에서 항상 뒤쳐졌기 때문입니다. 달리기에서 상을 타 본 적이 없고, 구기 종목에서도 늘 구경하거나 응원하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 씨름 경기에서 공책을 탄 것이 유일한 승리의 경험이었습니다. “형도, 동생들도 저처럼 못하지는 않는데, 왜 나만 이렇게 부족한가?” 하고 한탄한 적이 많습니다. 고등학교 때, 교회 대항 배구 대회를 할 때마다, 펄펄 나르는 친구들에게 환호하는 여학생들을 보고 참 많이 부러웠습니다.


   저의 운동 실력이 낙제점인 이유를 알게 된 것은 오십이 넘어서의 일입니다. 나이가 들면서 몸이 피곤해지면 왼쪽 잇몸이 쑤시고 왼쪽 어깨가 결리고 왼쪽 발이 아팠습니다. 병원에 가서 검사할 정도는 아니어서 “왜 이럴까?” 궁금했습니다. 큰 병으로 악화되지나 않을까 염려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단기 선교에 갔다가 의료 사역을 하시는 교우님께 저의 상태를 말씀드렸습니다. 그분이 저를 앉혀 놓고 이것 저것 시켜 보시더니, “목사님은 몸의 왼편이 약간 덜 발달되어 태어 나셨습니다. 인간의 몸이 정확히 대칭인 것 같지만 비대칭이 더 많습니다. 목사님은 비대칭의 정도가 약간 심하십니다. 그래서 피곤해지면 약한 부분에 먼저 통증이 생기는 겁니다.”


   이 진단은 오래도록 풀리지 않던 의문을 풀어 주었습니다. 중학교 때 아버지께서 시계를 사주셨는데, 점심 때쯤 되면 왼팔이 무겁고 불편하여 시계를 끌러 호주머니에 넣곤 했습니다. 결혼 후에는 왼손 약지에 결혼 반지를 끼고 다녔는데, 오후가 되면 손가락이 뻑뻑 해져서 빼어 놓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싱글로 오해 받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그 반지를 IMF 때 금모으기 운동에 기부했습니다. 끼고 다니지 못할 반지이니 애국이나 하자는 뜻이었습니다. 사십대 후반에는 눈검사를 하는데, 안과 의사가 “왼쪽 눈이 끝까지 돌아가지 않으니, 뇌종양 검사를 해 보십시오”라고 해서 잠시 철렁 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이 있을 때마다 “이게 뭘까?” 궁금했는데, 제 몸이 비대칭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 모든 의문이 해결되었습니다.


   이렇듯, 운동에 대한 심한 열등감을 가지고 자랐기에 운동 잘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했습니다. 시간이 없어서 경기 실황을 보는 경우는 많지 않지만,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중요한 경기는 하일라이트 영상을 찾아 보곤 했습니다. 


   손흥민 선수와 황희찬 선수의 경기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도 통쾌합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딴 선수들의 경기 모습도 감동적입니다. 치열한 훈련을 통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의 모습은 참 아름답습니다.


   뇌과학자들이 경기에서 탁월한 성적을 내는 사람들의 뇌를 검사해 보았다고 하지요. 그 결과, aMCC(중앙대상피질)라는 뇌영역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두텁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부분이 두터운 사람은 집중력이 강하여 탁월한 목표를 달성하고, 회복탄력성 (resilience)이 매우 높아서 웬만한 실패에도 좌절하지 않습니다. 운동 선수로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신체적인 조건이 좋아야 하지만, 같은 신체 조건을 가진 경우에는 aMCC가 두터운 사람이 더 좋은 결과를 얻었습니다. 중앙대상피질이 두터워서 탁월한 성적을 낸다 할 수도 있지만, 탁월한 성적을 내다보니 그 영역이 두터워졌다는 말도 옳습니다. 따라서 보통 사람들도 aMCC가 두터워지도록 노력하면, ‘멘탈 갑’(정신력이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aMCC가 두터워지게 하는 특별한 방법이 있을까요? 뇌과학자들은 하기 싫은 일을 참고 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합니다. 성가시고 지루하고 귀찮은 일을 꾸준히, 마음 다해 행하다 보면, 중앙대상피질이 두터워지고, 그것이 두터워지면 다른 일을 할 때도 집중력이 강해진다고 합니다. 아울러, 웬만한 도전에도 꺾어지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회복탄력성도 강해진다고 합니다. 저처럼 운동에 젬병인 사람도 중앙대상피질이 두터워지면 제가 하는 일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보니, 루틴(routine) 혹은 훈련(discipline)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겠습니다. 정해진 루틴에 따라 매일, 꾸준히 훈련하는 것은 운동 선수들에게만 필요한 일이 아닙니다. 가수 송창식 선생은 팔십을 바라보는 지금도 매일 하루에 45분씩 기본 코드 연습을 하고 발성 연습을 한다고 합니다. 훌륭한 작가들도 매일 정해진 분량의 글을 꾸준히 쓴다고 합니다. 그것은 귀찮고 성가시고 불편한 일입니다. 하지만 그것을 꾸준히 반복한 까닭에 그분들이 대가의 풍모를 잃지 않는 것입니다.


   이것은 대가가 되기 위한 레시피가 아닙니다. 대가가 되자는 뜻이 아니라, 우리에게 맡겨진 일에서 탁월성을 얻고 때로 겪어 내야 하는 삶의 도전들을 거뜬히 이겨내기 위해서는 루틴을 정해놓고 그것을 꾸준히 반복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보니, 팔년 전에 시작한 “사귐의 소리” 블로그가 저에게는 중앙대상피질을 두텁게 만드는 과정이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그런 것이 하나쯤 있어서 매일 도를 닦듯이 반복하는 루틴이 있기를 바랍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는 것은 소수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지만, 자신의 삶에서 소임을 다하고 탁월성을 드러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