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전작권’에 대해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6. 14. 06:44

 

며칠 전에 대한민국 대통령과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에서의 ‘전작권’ 이양시기를 2012년 4월에서 2015년 12월1일로, 3년 7개월 늦추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을 그대도 들어서 알고 있을 거요. 2012년 4월은 노무현 정권 때 한국과 미국이 합의했던 시기였소. 이번에 시기를 늦출 수밖에 없었던 몇 가지 이유가 제시되긴 했소. 그걸 여기서 일일이 설명하지 않겠소. 어쨌든지 아직 이양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게 연기 이유의 골자였소.

 

     그대는 내가 종종 이런 첨예한 정치적인 문제를 거론하는 것에 대해서 불편하게 생각하지는 않소? 하나님의 말씀과 영성에 대해서 말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한데 무슨 이유로 잘 알지도 못하고, 실제 우리 삶에 직접 연관되지도 않는 사회적 이슈를 갖고 말이 많냐고 말이오. 그대의 생각도 옳소. 예수님은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 직접 언급하신 적이 없소. 바울도 마찬가지요. 구약의 예언자들은 구체적으로 정치적인 발언을 했지만 신약성서 기자들은 하지 않았소.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려면 좀 복잡하니 여기서는 그만 둡시다. 한 가지만 말하겠소. 신구약성서 전체의 토대라 할 수 있는 하나님 나라는 지금 여기 우리의 모든 상황에 개입되어 있소.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처럼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전작권은 ‘전시작전통제권’이오. ‘평시작전통제권’은 지금 우리 한국군에게 있지만 전작권은 미군에게 있소. 거기에 연루된 복잡한 문제에 관해서 시시콜콜 설명하지 않겠소. 이건 어떻게 보면 아주 간단한 문제요. 대한민국이 주권국가라고 한다면 당연히 전작권도 우리가 행사해야 하는 거요. 유엔 주재 한국 대사가 미국 대사의 명령에 따라서 발언권을 행사한다고 가정해보시오. 주권 국가로서 말이 안 되는 거요. 물론 비상상황이라면 임시로 미군에게 위임할 수도 있긴 하오. 남한이 북한에 비해서 군사력이 턱없이 약하다면 말이오. 6.25 한국전쟁이 끝난 지 벌써 57년이 되었소.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이지만 가장 못 사는 국가가 되었소. 우리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을 정도로 낙후된 나라요. 지금 남한의 국방비는 북한의 국방비보다 최소 5배(?)는 더 될 거요. 그 나라가 무서워서 미군의 도움을 받겠다는 발상은 유치의 극치요. 스무 살짜리 청년이 깡패 끼가 있는 동네 중학생 아이를 보고 무서워서 어머니 치마폭에 매달리는 형국이오. 대한민국은 마마보이와 다를 게 없소. 다시 말하지만, 이런 문제는 국제 군사전력과 연결되기도 해서 복잡해보이지만 핵심적으로 보면 ‘주권’의 문제요. 대한민국이 세계 앞에서 당당히 주권을 행사할 것인지 아니면 미국에 빌붙어 있을지에 대한 관점의 문제요. 군사적으로 독립할 때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빌붙는다는 건 거지근성 아니겠소? 우리 축구팀이 이번 월드컵에서 세계 축구 강국과 싸워 16강에 들어가 세계 앞에서 어깨가 으쓱했는데, 이번 결정을 보고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겠소.(2010년 6월29일, 화요일, 마른 장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