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콩나물국 / 정용섭목사

새벽지기1 2024. 5. 16. 05:27

오늘 저녁에는 콩나물 국으로 밥을 먹었다는 소식을 그대에게 전하오. 별로 관심이 갈 만한 소식은 아니겠으나, 내가 좋아서 하는 말이니 그냥 한쪽으로 듣고 다른 쪽으로 흘려보내면 되오. 콩나물국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말하지 않겠소. 그 맛이야 나보다 그대가 더 잘 알고 있을 텐데 말해봐야 무슨 소용이 있겠소. 대신 국을 끓이는 방법만 말하겠소.

 

먼저 냄비에 물을 1천 씨씨를 넣었소. 그 양은 별로 중요하지 않소. 지금 우리 집에는 작은 딸이 부산에 가 있는 바람에 세 식구만 있어서 먹을 걸 만들어도 조금만 만드오. 모두 먹는 양이 적소. 1천 씨씨 물로 끓이면 아마 4명 식구로 딱 적당할 거요. 오늘 큰 딸도 먹지 않아서 국이 반쯤 남았소. 내일 먹을 생각이오. 우선 다시마라는 조미료 한 봉지를 물에 넣었소. 한 봉지라고 해봐야 손가락 하나 정도 크기의 봉지니까 양은 많지 않소. 더 맛있게 하려면 조미료로 하지 말고 따로 국물 맛을 내야하는 게 아닌지 모르겠소. 어쨌든 우리 집은 그런 절차를 다 밟을 처지가 아니래서 대충 하는 편이라오. 다음 단계는 약간 신 김치를 도마에 놓고 잘게 써는 거요. 양은 대략 한 손에 들어갈 정도요. 그걸 물에 넣었소. 뜨거운 물이 튀지 않도록 조심하시오. 물은 참 신기한 물질이오. 그게 없으면 음식도 만들 수 없으니, 우리는 완전히 물에 의존해서만 살아가는 거요. 두부가 필요하오. 슈퍼에서 1천2백50원 주고 산 두부요. 칼로 잘라 넣다보니 양이 너무 많아서 3분의 1은 남겼소. 그 다음은 깨끗이 씻어놓은 콩나물을 넣을 차례요. 집사람 말로는 콩나물을 넣은 다음에는 뚜껑을 열지 말라고 하던데, 그걸 나는 이해할 수 없소이다. 그래도 말을 들어야 하니 그렇게 하긴 했는데, 나중에 끓을 때 넘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비스듬하게 열어두었소. 그렇게 10분 정도 끓이다가 맛을 보니 싱거운 것만 빼고는 그럴 듯했소. 소금 반 수저를 넣고 조금 더 끓인 다음에 가스레인지 손잡이를 오른쪽으로 돌려서 불을 껐소. 그것으로 콩나물국 끓이기는 끝이오. 와, 이렇게 쉽다니. 오늘 저녁밥을 얼마나 맛있게 먹었을지 그대도 상상이 갈 거요.(2010년 3월29일, 월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