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글쓰기를 시작하며
지난 2006년 3월20일에 ‘마가복음 매일묵상’을 쓰기 시작해서 2010년 2월10일로 끝냈습니다. 40일이 모자란 4년 동안 매일 마가복음을 붙들고 씨름한 셈입니다. 대학 4년의 세월과 비슷하군요. 길다면 긴 세월이지만 실제 느낌은 한 순간입니다. 아마 죽을 때도 이런 느낌이 아닐까요?
마가복음이 끝났으니 이제 무엇을 써야할까요? 성서묵상은 이제 그만해도 될 것 같습니다. 계속해서 구약의 예언서나 신약의 서신을 선택해도 좋긴 하지만, 이제는 성서의 틀을 벗어나서 좀 편하게 글을 쓰고 싶은 거지요. 일반적인 주제로 글을 쓴다고 해서 무조건 편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텍스트에 묶이지 않을 수 있으니까 글 쓰는 사람으로서는 편할 것 같습니다.
가장 자주 쓰게 될 소재는 아마 일상에서 주어질 겁니다. 일상과의 대화라고 하면 좋겠군요. 내 서재에는 친구처럼 지내는 손님들이 많습니다. 가장 멀리서 온 손님은 1억5천만 킬로미터 거리에서 달려온 햇빛입니다. 나를 따뜻하게 감싸주는 그 친구와 내밀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먼지와도 대화하고 싶습니다. 내 손 떼가 묻는 책은 하루 종일 이야기해도 질리지 않을 친구입니다. 그들과의 대화를 여기 글로 조금씩 풀어놓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간혹 정치와 교회 이야기도 할지 모르겠습니다. 사람에 대한 이야기도 좋겠지요. 영화나 음악 이야기는 어떨까요?
글의 형식에 대해서 한 말씀드려야겠군요. 대화체로 쓸까 합니다. 친구, 스승, 제자, 아내, 딸들, 교우, 여러 도반(道伴)들에게 말하는 거지요. 어느 특정한 사람을 염두에 두지는 않습니다. 호칭을 ‘그대’라고 하겠습니다. 어쩌다가 ‘당신’이라고 할지도 모르겠군요. 높임말로 쓰지 않겠습니다. 친한 사람에게 존칭을 쓸 수는 없지요. ‘하오’ 정도면 괜찮을 것 같군요.
이제 새로운 글쓰기 준비가 대충 끝났습니다.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르겠으나 최선을 다하여 이제 저는 제 인생의 후반부를 ‘그대’에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으로 채워나가겠습니다. 이 글쓰기가 끝날 때 내 인생은 종착점에 다다라 있겠지요. (2010년 2월9일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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