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사귐의 소리

시편 5편: 억울한 일을 당할 때

새벽지기1 2021. 12. 7. 07:01

 

해설:

이 시편은 다윗의 기도로서 나중에 관악기에 맞추어 부르는 노래 가사로 사용되었습니다. 문학 장르로 본다면 이 시편은 ‘저주시편’에 해당합니다. 우리는 “원수를 사랑하여라”(마 5:44)는 예수님의 말씀을 알고 있기에 원수들을 징벌해 달라는 기도를 읽으면서 의문을 가집니다. 하지만 시편의 기도들이 ‘이상적 기도문’이 아니라 구체적인 상황에서 드린 ‘실제 기도’라는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다윗은 먼저 자신의 기도를 들어 달라고 구합니다(1-3절). 그의 상황이 너무도 고통스러웠기에 그의 기도는 “신음 소리”와 “탄식 소리”가 되었습니다. 그는 이 기도를 새벽에(개역개정은 “아침에”) 드리고 있습니다(3절). 분노와 고통으로 인해 잠을 못 이루다가 새벽에 혹은 아침 일찍 일어나 기도의 자리에 앉은 것입니다. “새벽에 드리는 나의 기도”는 그러므로 간절하고 절박한 기도입니다. 

 

이어서 다윗은 하나님이 자신의 기도를 들어 주셔야 할 이유를 말합니다(4-6절). 주님은 죄악을 좋아하시는 분이 아니며 악인과 어울리지 않으십니다(4절).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악한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미워 하십니다(5절). 주님은 또한 거짓말쟁이들을 멸망시키시고 싸움쟁이들과 사기꾼들은 싫어 하십니다(6절). 다윗은 지금 그런 사람들에게 어려움을 당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기도를 들어 주셔야 마땅하고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뿐 아니라, 다윗은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삶을 살아 왔습니다. 그는 늘 하나님을 즐거워했고 성막에서 제사 드리기를 좋아했으며 주님 앞에 기도 드리기를 즐겼습니다(7절). 그렇기에 다윗은 하나님의 “공의”(8절)의 심판에 자신을 맡깁니다. 하나님의 공의로 판단한다면 원수들은 심판을 받아 마땅합니다. 그들의 마음에는 악한 생각 뿐이며 그들의 혀는 아첨하는 말만 뱉아 내고 그들의 입은 죽이는 말을 쏟아 내기 때문입니다(9절).

 

공의의 하나님은 그들을 징벌하시고 심판하시고 멸망시켜야 옳습니다(10절). 반면, “주님께로 피신하는 사람”, “주님을 사랑하는 사람”(11절) 혹은 “바르게 살아가는 사람”(12절)에게는 복을 베풀어 주시고 은혜로 지켜 주셔야 옳습니다. 그래야만 하나님의 공의가 살아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다윗이 하나님께 기도 드리며 응답해 주시기를 구하는 근거입니다. 그는 하나님이 공의로우신 분이라는 사실에 근거하여 기도를 드리고 있는 것입니다. 

 

묵상:

기도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자신의 감정에 정직해지는 것입니다. 원수들이 대한 억울함과 분노가 마음을 휘어잡을 때야말로 기도의 자리를 찾을 때입니다. 그럴 경우, 하나님 앞에서 감정을 숨기고 안 그런 듯 위장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며(하나님은 중심을 보시는 분이기에) 어리석은 일입니다(기도를 통해 마음의 변화를 받을 수 없기에). 또한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분노의 쓴물을 쏟아 내는 것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그 과정을 통해 분노를 해결하고 그 사람을 하나님의 주권에 맡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저주시편을 읽을 때는 그렇게 기도하게 된 사정을 헤아려 보고 또한 그렇게 기도 했을 때 그 기도자에게 일어났을 변화를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기도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기도할 때 결국 원수를 용서하고 사랑하는 데까지 갈 수 있습니다. 

우리의 하나님은 “공의의 하나님”이십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정의는 지극히 자기 중심적입니다. 우리 자신에게 혹은 우리 사회에 가장 좋은 것은 어느 한 편의 정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가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어떤 일을 당할 때 우리는 자주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려 합니다. 그렇게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나의 정의는 자주 다른 누군가에게 불의가 되곤 합니다. 그런 까닭에 부당하고 억울한 일을 만났을 때 먼저 할 일은 하나님 앞에 무릎 꿇는 것입니다. 내 힘으로 내가 생각하는 정의를 이루려면 복수가 되지만, 하나님의 정의가 이루어지면 사랑과 용서와 평화가 이루어집니다. 

 

따라서 하나님 앞에 고개 숙이고 자신이 왜 의로운지, 자신을 괴롭게 하는 사람들은 왜 불의한지를 놓고 하나님께 판단 받아야 합니다. 그렇게 기도하는 중에 분노는 잦아들 것이고 사태가 제대로 보이기 시작할 것입니다. 또한 모든 것을 바로 잡으시는 하나님께 문제를 맡기고 평안한 마음으로 일어설 것입니다. 주님께서 기도를 들으셨음을 믿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들으셨다면 그분의 공의대로, 그분의 시간표에 따라 문제를 해결하실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님은 그분을 의지하는 사람을 은혜의 방패로 지켜 주시고 복을 베풀어 주실 것을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