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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서 배우는 지혜

새벽지기1 2021. 5. 10. 13:09

나무에서 배우는 지혜

 

덩굴식물은 각기 다른 방향으로 줄기를 감고 오른다. 칡은 대부분 왼쪽으로 감고, 등나무는 주로 오른쪽으로 감는다. 개중에 좌우를 가리지 않는 것도 있지만, 칡과 등나무가 다른 쪽으로 감고 오르다 얽히면 싸우게 된다. 이런 모습의 ‘칡 갈(葛)’과 ‘등나무 등(藤)’에서 유래한 말이 곧 갈등(葛藤)이다.

인간 세상에서도 생각이 한쪽으로만 꼬이는 사람끼리 만나면 부딪치게 된다. 갈등이 심해지면 자기뿐만 아니라 이웃과 사회까지 망치고 만다. 칡에 감긴 나무가 햇빛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등나무 줄기에 목을 졸린 나무가 숨을 쉬기 어려운 것과 같다.

미국 시인 칼릴 지브란은 “함께 있되 거리를 두라. 그래서 하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고 조언했다. 이 멋진 말은 ‘결혼에 대하여’라는 시에 나오는 구절이다. 그는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으니” 서로 사랑하면서도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고 했다.

사람이든 나무든 밝은 햇빛을 받고 잘 자라기 위해서는 아름다운 간격이 필요하다. 인간(人間)이란 말부터가 ‘사람 사이’라는 의미다. 물리학에서도 두 개의 입자가 가까울수록 서로 끌어당기는 인력이 커지는 만큼 밀어내는 반발력 또한 커진다. 반발력을 줄이려면 입자 사이에 적당한 간격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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