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월 7일
신년벽두가 되면 세인들의 입가에 멈추질 않는 혀끝소리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껄껄(!), 까까(?)’입니다. 전자는 지나간 한 해를 후회하는 한숨의 소리이고 후자는 앞으로 펼쳐질 한 해를 두려워하는 염려의 소리입니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 보면 정말 후회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닙니다. 지도자로서 부모로서 신자로서 ‘이렇게 할껄 저렇게 할껄’ 하는 아쉬움이 그치질 않습니다. 또한 새해를 내다볼 때 여전히 앞이 캄캄합니다. 그래서 ‘요렇게 할까 조렇게 할까’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뭅니다.
그런데 문제는 과거에 대한 지나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막연한 염려가 현재의 삶을 저당 잡는다는 것입니다. 후회와 염려라는 감정이 현재를 사로잡아 결국은 삶의 침체로 빠뜨린다는 것입니다. 감정의 노예가 되어 밥맛을 잃기도 하고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육체적 정신적 쇠약함을 경험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후회와 염려라는 질병은 신자들도 예외가 아닌 듯합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싶은 심정’에 사로잡히는 주된 시기가 바로 연말연시인 것 같습니다. 지나친 경우 주일학교교사나 집사, 성가대, 구역장과 같은 봉사직은 물론 신자의 거룩한 삶에 대한 투쟁마저 포기하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새해가 되면 멋진 계획을 세우기에 앞서 후회와 염려라는 감정의 부스러기들부터 정리해야할 것입니다. 물론 지난 과거를 거울삼는 정당한 후회와 또한 현실에 근거한 앞날에 대한 논리적 계획은 필요합니다. 그리스도인이라고 그저 ‘주님 잘못했습니다’하는 습관성 얼버무림이나 아니면 ‘주여 믿습니다’하는 무계획성 맹신은 버려야 합니다. 그렇다면 극단적 후회와 염려라는 감정의 노예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무엇일까요?
첫째로 해 아래 새것이 없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가령 탁구공이 여기에 있습니다. 어디가 처음 시작일까요?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점하나 찍고 ‘여기가 시작이다’ 라고 하면 시작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양력달력이 이와 같은 이치입니다. 양력은 지구의 자전과 공전이라는 자연현상을 기준으로 만든 것입니다. 고대에서는 춘분이 들어 있는 3월을 한 해의 시작으로 보았답니다. 그것을 로마의 율리우스가 지금처럼 1월을 한 해의 시작으로 바꾸었다고 합니다. 어찌보면 끊임없이 돌고 도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어디에 놓고 일년의 시작이다 라고 말하기가 참 어려운 것입니다. 기준점을 어디에 찍느냐에 따라서 한 해의 시작이 다르다는 말입니다.
우리가 새해를 준비할 때 1월1일이라는 기준점에 너무 매이지 말라는 것입니다. 새해가 왔다고 조급해하거나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무언가 큰 변화를 주지 않으면, 무언가 획기적인 계획이 없으면 마치 한 해를 완전히 망칠 것과 같은 불길한 예감은 버려도 좋은 망령된 마음인 것입니다. 오히려 예레미야 선지자처럼 ‘주의 성실이 크도소이다’ 라며 해가 바뀌어도 변함 없는 주님의 자비와 긍휼하심을 찬양하도록 합시다.
둘째로 하나님의 은혜를 기대해야 합니다.
포도원 주인의 비유는(마20:1-16) 시간에 구애받지 않는 하나님의 은혜가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만일 장터에서 놀고 있던 자들이 오전 9시에 일거리가 없다고 다 집으로 돌아갔다면 그들은 그 날 품삯을 받지 못하고 하루를 공쳤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중까지 기다린 결과 처음 된 자들과 동일한 품삯을 받았습니다.
우리는 기회가 지나갔다고 포기하지말고 새롭게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기대해야 하는 것입니다. 나중 된 자가 먼저 될 수 있습니다. 2003년도에 이루지 못한 일이 2004년도에 더 크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앞날에 대해서 두려워하지 마시고 새해에도 하나님의 품삯을 기대하며 씨를 힘껏 뿌리십시오. ‘껄껄껄, 까까까’ 하는 한숨소리는 멈추시고 ‘이것이 잘 될는지 저것이 잘 될는지 혹 둘이 다 잘 될는지(전11:6)’ 기대합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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