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6월 12일
‘슛 골인! 골인!!’ 둥근 축구공 하나가 사람을 웃게 하고 울게 하기도 합니다. 흑이 있으면 백이 있고 승리가 있으면 패배가 있듯이 월드컵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는 말입니다. 예술축구의 프랑스는 울고 블랙 구테타의 주역 세네갈은 웃었습니다. 업무 종료와 함께 칼 퇴근하는 남편의 귀가시간에 아내는 흐뭇해하고 아빠의 월드컵 시청으로 드라마 채널권을 빼앗긴 아이들은 얼굴을 살짝 찡그립니다. 심야 재방송까지 챙겨보는 열성 팬들 덕분에 통닭 등을 파는 야식업체들은 빙긋 웃고 반면 비디오 대여점이나 유흥업소는 울상입니다. 가전업계나 스포츠업계는 날마다 ‘맑음’이지만 연설에 관심도 없는 선거 유세장은 ‘흐림’입니다. 이런 명암의 갈림은 거대한 한국역사의 틀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950년 6월은 전쟁의 포화와 붉은 피로 산과 들녘이 울었고 2002년의 6월은 축포와 붉은 유니폼과 응원의 열기로 나라가 온통 불꽃 축제분위기입니다.
슬픔과 환희, 이익과 손해, 불행과 행복이라는 두 극단의 감정을 가져다주는 이 월드컵을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어느 편에서도 웃고 어느 상황에서도 즐길 수 있는 그런 분위기로 만들 수는 없을까?’ 그 방법은 이것입니다. 월드컵을 축제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축제는 게임보다 즐기는 것입니다. 물론 이기면 좋겠지만 설혹 지더라도 경기를
즐긴다는 자세로 보면 ‘이기면 영웅, 지면 역적’이라는 냄비근성을 버릴 수 있고 그저 최선을 다한 것으로도 ‘잘했다’ 라고 박수쳐 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게 될 것이고 또한 승리주의나 상업주의로 전락하지 않고 진정 휴식으로서의 스포츠가 될 것입니다.
한편 크리스찬들은 어떻게 월드컵을 즐겨야할까요? 첫째로 지나친 경기시청으로 경건에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해야할 것 같습니다. 이른바 월드컵 증후군에 걸리지 않도록 시간관리에 성공해야합니다. 직장인들이 업무능률에 큰 지장을 초래할 만큼 밤잠을 설쳐가며 모든 경기에 몰두해서는 안되는 것처럼 특히 24시간 생산라인을 가동하는 공장이나 밤 시간에도 근무해야하는 군인, 경찰처럼 성도들도 특히 지도자들은 자신의 경건라인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도록 해야할 것입니다. 주부가 백화점 쇼핑을 갈 때 안목의 정욕을 이기기 위해 살 물건의 목록을 적어 가는 것처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레 축구경기에 넋이 빠지지 않도록 TV시청에 원칙을 정해놓는 것도 지혜로운 한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둘째로 집중의 원리입니다.
어느 회사에서는 한국팀의 경기가 있을 때 일을 한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수도 있기 때문에 전 직원이 함께 경기를 보면서 응원을 한다고 합니다. 단결심과 능률을 기대하는 회사와 같이 성도들도 축구경기를 시청할 때는 기도해야 하는데, 전도해야하는데 하는 두 마음을 접어두고 아빠의 축구해설과 함께 온 가족이 함께 모여 가족화목의 장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성도에게는 균형과 성숙, 폭넓은 세계관이 필요합니다. 어떤 이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월드컵을 즐길 수 있지만 노점상, 일용직 노동자, 장애인, 그 외 월드컵 때문에 생계위협을 받는 자들은 축제가 아니라 고통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변분위기 파악도 중요하다고 봅니다. 요즈음 신용카드범죄가 잇따르며 ‘범죄=신용카드’라는 등식이 알게 모르게 생겨났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카드자체가 야기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소비한 것에 대한 후유증이랍니다. 마찬가지로 월드컵은 후진을 면치 못하는 정치를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환희와 축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과 관계없이 마냥 빠진다면 ‘태만=월드컵’이라는 등식이 성립될지도 모릅니다. 분위기에 푹 젖어 있다가 ‘아니 벌써, 여름성경학교야!’ 하는 후회가 없도록 해야합니다. 새벽기도 등 경건을 인도해야하는 목회자들도 파이팅 하도록 성도 모두가 세월을 아끼는 지혜가(엡5:15-17) 필요한 6월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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