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컬럼

WHO 사무총장 이종욱 박사 고별예배 기도문

새벽지기1 2020. 2. 26. 07:05



이동원목회컬럼 - WHO 사무총장 이종욱 박사 고별예배 기도문



[아래 기도문은 지난 5월 26일 저녁 외교 안보 연구원 강당에서 있었던 이 종욱 사무총장 고별 예배 석상에서 드려진 기도문이다. 이 종욱 사무총장은 필자와 경복 고등학교 동문으로 사춘기 시절 우정을 나눈 친구였다.]

창조주이신 하나님, 인생에게 꿈을 주시는 것을 인해 감사드립니다. 우리의 사랑하는 가족이요 친구요 자랑스러운 한국인이었던 이 종욱 형제를 선물로 주신 것을 진정으로 감사하옵고 주께 찬양을 드립니다.

하나님께서는 저로 하여금 꿈 많은 사춘기 시절부터 평범한 것을 뛰어 넘어 비범한 것을 꿈꾸게 하셨고, 성공이 아닌 봉사를, 속된 야망이 아닌 거룩한 이상을 꿈꾸게 하셨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의사가 되는 것은 생존의 방법이 아닌 이웃을 섬기는 방법이었습니다. 그래서 의과 대학의 문을 두드리고 또 두드렸습니다. 마침내 그 문은 열렸고, 그는 섬김의 방편으로 선택한 의료의 훈련을 단순한 의대의 실험실이 아닌 나환자, 결핵 환자들과 곁에서 쌓게 하셨습니다.
젊은 의료인의 시절 그가 선택한 무의촌 진료나 사모아 행은 그의 의사로서의 귀족의 의무가 아닌 그의 평생의 삶의 방식으로 선택한 여행이었습니다. 그는 피지로 필립핀으로 아프리카로 전염병이 창궐하는 곳으로 고통 받는 이웃이 있는 곳으로 그는 어디든지 달려갔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런 그의 땀 흘리는 모습을 기뻐하셨고 그가 좀더 효율적으로 섬김의 길을 가도록 UN 산하 WHO 사무총장이라는 무거운 책임을 맡기셨습니다. 우리는 한국인으로 그가 UN기구 최초의 수장이 된 것을 자랑스러워했지만 막상 자신에게는 그 특권을 즐길 한가로운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에게는 누울 곳, 쉴 곳이 있는 단순한 삶으로 족했고 다만 그가 인류를 위해 할일이 있다는 것이 그의 존재의 의미였고 그는 그렇게 사는 것이 예수님을 따르는 것이라고 믿어 왔습니다. 사랑하는 주님, 그런 그가 왜 그렇게 서둘러 우리 곁을 떠나야 했습니까?

결핵, 소아마비, 에이스 퇴치를 위해 그는 아직도 할일이 많이 남아 있다고 했는데, 왜 주님은 그를 부르셨는지요? 인류의 건강 지킴이를 자처했던 그가 자신의 건강을 돌볼 여유를 가지지 못한 것을 주께서도 아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러나 주님, 우리에게 한 사람의 이 종욱이 아닌 더 많은 이 종욱이 필요해서 그를 부르셨다면 이제 우리는 그를 보내겠습니다. 갈릴리 호수 뱃전에서 잠을 청하시던 주님의 평안으로 그에게 안식을 주시고 그의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동일한 평안을 주옵소서.

그리고 하나님, 이제 그의 가슴에 심으셨던 그 거룩한 이상으로 영혼이 뜨거운 젊은 지도자들이 일어나게 하옵소서. 이데올로기보다 더 크고 더 순수하고 더 아름다운 섬김의 야망을 인생의 지고선으로 삼는 지도자들이 이 땅에서 일어나게 하옵소서.

오,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 그의 임종이 슬프지만 그의 죽음이 우리를 부끄럽게 하는 것은 오늘 이 땅에는 그처럼 거룩한 섬김의 야망을 가진 지도자들이 많아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부디 그의 죽음이 한 알의 밀알이 되게 하옵소서.

그리고 주님, 그가 마지막으로 하고 싶어 했던 북한의 그 열악한 의료 현실도 개선되게 하옵소서. 어린이들이 이념의 볼모가 되어 죽어가면서도 인간다운 대접을 누리지 못하는 그 춥고 어두운 땅에도 푸르고 푸른 여름이 오게 하시고 무르익은 곡식들의 풍성한 가을 결실을 거두고 함께 어우러져 춤추는 추수의 잔치 날이 그 땅에도 오게 하옵소서.

이 모든 말씀을 아름다운 영혼 이 종욱 형제를 선물로 주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이 종욱의 부끄러운 친구가 기도드립니다. 아 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