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성경공부의 회복
1988년 6월 26일 한남동에 있는 여성청년교육원에서 주님의교회가 창립되었을 때, 주일 낮예배와 저녁 찬양예배 그리고 수요예배밖에 드릴 수가 없었다. 그 이외의 시간에는 여성청년교육원을 사용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인도하심 속에서 그 해 11월 1일, 예배 처소를 강남 YMCA의 배려로 사용할 수 있는 공간 20평을 확보하게 되었다. 그 중 10평은 교회 사무실로 그리고 나머지 10평은 세미나실로 꾸몄다. 주님의교회 전용공간이 생겼다는 것은 주중에도 성경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음을 의미했다.
나는 주님의교회에서의 사역을 시작하기 전에 영락교회에서 교사 성경공부, 홍성사 쿰선교회 성경공부 그리고 여성문인 선교회 성경공부를 인도하면서, 성경공부가 갖는 영적인 힘을 익히 경험하였다. 따라서 내가 처음부터 가장 이상적이고, 구역만큼 모이기 쉬운 소그룹은 없다고 생각했다. 성경공부 교재는 내가 직접 만들었다. 서점에 출간되어 있는 교재 중에서 내 영혼을 끌어당기는 것을 찾을 수 없었던 까닭이다. 한 번 교재를 만드는 데 소요되는 시간은 평균 여덟 시간 정도였다. 내가 구역장을 가르치고, 구역장이 구역원을 가르치게 하는 일반적인 방법을 취하였다. 그러나 1989년부터 시작된 구역 성경공부는 처음부터 낭패였다. 각 구역의 구역장은 남자 , 권찰은 여자로 하여 구역을 편성했는데, 구역장인 남자들이 구역장 공부에 참여하지를 않는 것이었다. 일반적으로 구역 성경공부란 여성도들끼리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우리 교회에도 팽배해 있었다. 궁여지책으로 여자인 권찰로 하여금 구역장 역할을 대행하게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구역원들이 모이지를 않았다. 그 때까지만 해도 초기였는지라, 교인 수가 적어 몇 구역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구역 성경공부가 제대로 되는 구역은 없었다. 여러 가지 방법으로 독려도 해 보았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할 수 없이 구역 성경공부에 참여하기 원하는 교인들을 한데모아 내가 인도하였다. 각 구역 권찰 외에 참여하는 인원은 손꼽을 정도였다. 말이 구역 성경공부이지 실제로는 구역 성경공부가 아니었다. 구역 성경공부는 실패한 셈이었다.
그 해 여름 ‘제1회 전교인 여름수련회’가 대전중앙교회 연수원에서 있었다. 당시 주님의교회를 출석하던 장년 120명과 교회학교어린이 60명 거의 전원 및 다른 교회 교인을 합하여 200여 명이 참여한, 주님의교회로서는 창립 1년만에 갖는 최대의 행사였다. 우리는 모두 40일 동안 릴레이로 금식기도하면서 수련회를 준비했다. 마침내 수련회가 시작되었을 때, 성령님께서는 2박 3일의 수련회 기간동안 한 사람 한 사람을 인격적으로 만져 주셨으며, 고요한 가운데 우리와 함께하고 계시는 당신의 실체를 각자 경험케 해주셨다. 상상치도 못할 만큼 은혜로운 수련회가 끝나자 세 가지 변화가 일어났다.
첫 번째 변화는 주일 저녁 찬양예배에서 일어났다. 악기를 다룰 줄 알거나 음악적인 은사를 지닌 자들이 자원하여 찬양리더가 되어, 찬양예배가 명실공히 찬양예배가 되었다. 두 번째는 성경읽기였다. 교인들 사이에 남녀를 불문하고 성경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독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그때부터 시작하여 9년이 지난 지금까지 성경을 통독한 사람의 숫자가 1200명을 넘는다. 세 번째 변화가 구역 성경공부였다. 각 구역의 남자 구역장들이 2학기 때부터 구역 성경공부를 직접 인도하겠다고 자청하고 나선 것이었다. 구역장 거의가 수련회에서 조장이었는데, 조장으로 성경공부를 인도하면서 본인들이 먼저 주님의 은혜를 깊이 체험했던 것이다. 그래서 여름방학이 끝난 9월 첫째 주부터, 매주 금요일 새벽기도회가 끝난 다음에 구역장들을 위한 성경공부를 인도하였다. 시간을 새벽으로 정한 것은 남자들의 출근시간을 고려해서였다. 남자 구역장들을 상대로 성경공부를 처음으로 인도할 때의 감격을 나는 필설로 표현해 낼 재간이 없다. 성령님 아니시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남자 구역장이 명실공히 구역장 역할을 감당하자 구역 성경공부가 활성화되지 않을 수 없었다. 금요일 저녁이면 부부가 함께 모여 성경공부 하는 것을 당연시하게 되었다. 구역 성경공부는 여성도들의 전유물이란 그릇된 인식이 불식된 것이다. 새로 등록하는 교인들 역시/ 주님의교회 교인은 으레 부부가 함께 구역 성경공부에 참여해야 하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되었다. 그리고 9년이 지난 지금까지 출석교인의 약 70%가 매주 구역 성경공부에 참여하고 있다. 성경공부와 친교를 포함하여 짧아야 두시간, 길면 세 시간 이상의 구역모임을 통하여, 주님의교회 교인들은 날로 성숙하게 변화되어 갔다. 주님의교회가 오늘의 주님의교회일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이 구역 성경공부였고, 그것은 구역 성경공부를 회복시켜 주신 주님의 역사였다. 그리고 그 역사가‘새신자반’,‘성숙자반’에 이르기까지 모든 성경공부에 파급되었음은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