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박영돈목사

칭의론은 이 시대의 면죄부인가?(1)

새벽지기1 2016. 12. 24. 13:00


칭의론은 이 시대의 면죄부인가?

16세기에 면죄부(면벌부)를 타파한 칭의론이 21세기 한국교회에서는 죄의 라이선스를 부여하는 면죄부라는 오명이 붙었다. 중세교회를 개혁했던 칭의론이 한국에서는 교회를 타락케 한 교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칭의론 때문에 한국교회가 윤리적으로 타락했다는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최근에는 칭의론이 교회를 넘어 이 사회적 부패의 주요요인이라는 인식까지 비등해지고 있다. 요즘 온 나라를 발칵 뒤집히게 한 최순실 사태와 관련하여 한 윤리학 교수는 나라가 이 지경에까지 오게 한 한국교회의 부역의 책임을 물으면서 “종교개혁의 '이신칭의' 교리가 우리 사회의 공동선을 파괴하는 악마적 주범”이라고 혹평하였다.


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부터 이런 지적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였다. 한국사회의 총체적인 부패를 그대로 드러낸 세월호 사건으로 인해 한국교회의 구원론이 덩달아 도마 위에 올랐다. 세월호의 실소유주인 유병언이 신봉하는 구원파적인 복음이 한국교회가 전파하는 칭의의 복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진단이 나왔다. 한국일보에 실린 “한국교회는 구원파와 다른가?”라는 기사에서 “한국 교회가 구원파 같은 이단이 독버섯처럼 자라는데 자양분이 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평론하였다. “한국교회는 구원파와 다른가?”, 한국일보, 2014. 5. 25.
김세윤 교수도 구원파를 이단으로 정죄하는 한국교회 대다수가 사실상 구원파적인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세윤, 『칭의와 성화』(서울: 두란노, 2013), 80.

칭의론으로 말미암아 야기되는 이런 문제와 혼란을 극복하기 위해 칭의론에 대한 신학적인 반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전통적인 칭의론의 한계를 지적하고 성경적인 대안을 탐구하려는 신학적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전통적인 칭의론을 성경적으로 재조명하는 것은 모든 전통과 교의는 성경의 빛 가운데 점검되어야 한다는 종교개혁의 기본원리와 정신(sola scriptura)을 충실히 따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최근 종교개혁의 칭의론을 향한 성경 신학의 비판과 도전을 전통에 대한 위협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더 풍성하고 성숙한 개혁신학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런 신학적인 논쟁이 소모전이 아니라 한국교회의 부흥과 개혁의 촉매 역할을 할 수 있는 칭의론의 정립을 위한 공동의 노력이 되며 비록 견해는 서로 다를지라도 한 목적을 향한 신학함의 아름다운 교제가 되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종교개혁의 칭의론에 대해 제기하는 비판이 정당하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전통적인 칭의론에 대한 비판과 지적이 오해나 피상적인 이해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종교개혁자들의 가르침과 오늘날 한국교회에서 칭의론이라는 이름으로 전파되는 왜곡된 메시지가 얼마나 다른지조차 모른 채 비판하는 경우가 적잖다. 빗나간 진단은 그릇된 처방책을 낳는다. 한국교회에서 종교개혁의 칭의론은 이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칭의론이 죄와 방종의 라이선스로 왜곡되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근본 원인이 종교개혁의 칭의론 자체에 있다고 잘못 인식되고 있다. 그래서 필자는 종교개혁의 칭의론에 대한 통상적인 오해와 잘못된 비판이 무엇인지를 짚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