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은 최고의 음악가이십니다. 이것은 저의 고백일 뿐만 아니라 음악과 신학에 정통한 도미니꼬 수도회 신부인 레기날드 링엔바흐(Reginald Ringenbach)의 고백이기도 합니다. 그는 ‘하나님은 사랑이시며, 하나님은 음악’이시라고 말했습니다(하나님은 음악이시다).
여러분,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쭉 읽어보십시오. 수많은 사건과 이야기들이 나옵니다만, 사실은 같은 이야기가 계속 반복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하신 말씀이 아브라함에게서 끝나지 않습니다. 같은 말씀이 모세에게로 이어지고, 다윗에게로 이어집니다. 예수님이 말씀하신 것도 하나님이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신 것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예수님이 행하신 것 또한 결국은 아브라함에게 하신 언약의 성취입니다. 요한계시록이 말하는 것도 아브라함에게 했던 말씀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말씀은 계속 반복됩니다.
그런데 단순히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건 아닙니다. 반복을 하면서도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면서 변화가 나타납니다. 음악적으로 표현하면 반복과 변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음악을 귀담아 들으신 분은 알겠지만 음악의 본질은 반복과 변주입니다. 음악이 매우 자유롭게 흘러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하나나 두 개의 주제 선율이 음악 전체를 이끌어갑니다. 주제 선율이 쉼 없이 반복돼요. 주제 선율이 반복되면서 다양하게 변주되고, 변주를 통해서 주제가 확장되고 발전합니다. 모든 음악이 그렇습니다. 음악의 생명은 반복과 변주입니다. 주제가 없는 음악은 산만하고, 변주가 없는 음악은 단조롭고 지루합니다.
하나님 말씀도 음악처럼 반복과 변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주제는 계속 반복되고, 주제가 반복되면서 조금씩 다르게 변주가 이루어집니다. 주제가 없으면 산만해서 아무리 성경을 읽어도 도대체 뭘 이야기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고, 다양한 변주가 없으면 너무 지루해서 읽기가 힘드니까, 하나님은 마치 음악을 작곡하듯이 반복과 변주를 적절하게 섞어가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말씀만 그렇게 하신 게 아닙니다. 우주도 음악처럼 만드셨습니다. 삼라만상을 보십시오. 삼라만상을 깊이 들여다보면 주제의 통일성과 변주의 다양성이 우주를 꽉 채우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에는 저만의 리듬이 있고, 상상하는 것조차 벅찰 만큼 다양하고 다채롭고 다층적인 변주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그 모든 것들이 통일성을 이루고 있습니다. 하나가 전체를 아우르고 있고, 전체가 하나로 연결돼 있습니다. 서로가 기막힌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성경 말씀도 우주처럼 창세기부터 요한계시록까지 제각각 다르면서도 전체가 내적으로 통일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나님을 최고의 음악가라고 생각합니다. 주제를 반복하시면서도 기막히게 변주를 잘 하시는 최고의 음악가 말이죠. 그리고 하나님 말씀의 이런 음악적 성격을 깊이 이해하면 성경을 읽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주제가 반복되는지, 그리고 변주를 통해서 주제가 어떻게 새로워지고 확장되는지를 살피면서 읽는다면 성경을 매우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왕 음악 이야기가 나왔으니 음악적인 방식으로 제 생각을 말씀드린다면, 저는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는 창세기 1장 1절 말씀이 성경의 제1주제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브라함은 강대한 나라가 되고, 천하 만민이 그로 말미암아 복을 받게 될 것’이라는 창세기18장 18절 말씀이 제2주제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예수님이 이 주제의 실체이시지요. 그 외의 다른 이야기는 이 두 주제에 의한 변주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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