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앞에서 사랑은 행위가 아니라 사람을 사람답게 대접하는 눈이라 했다. 하나님이 사람을 바라보듯 한 사람을 우주의 왕으로 보는 눈이 사랑이라 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사람을 존귀하게 여기는 것일까?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하는 것일까? 상대방이 필요로 하는 것을 잘 챙겨주는 것일까? 그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는 것일까? 부모가 자식에게 하듯 잘 입히고, 잘 먹이고, 잘 챙겨주는 것일까? 물론 그렇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고 근본적인 것이 있다. 한 사람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것이야말로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하는 첩경이요 근본이다.
사람에게 자유의지는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파스칼은 사람을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지만, 생각하는 능력이 아무리 탁월하다 해도 자유의지가 없다면 생각하는 기계밖에 안 된다. 진실로 그렇다. 자유의지가 없는 사유는 빛을 발할 수 없다. 사유의 영광은 자유에서만 피어난다. 실로 사람은 사유하는 존재이기 이전에 자유의지의 존재이다. 자유의지는 인격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영광이고, 사람을 사람 되게 하는 최후의 보루이다.
그래서일까? 하나님은 절대로 사람의 자유의지를 침범하지 않는다. 하나님에게 유일하게 제한된 성역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사람의 자유의지의 영역이다. 물론 사람에게 자유의지를 주신 분은 하나님이시다. 또한 그분은 전능자이시고 주권자이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분은 사람의 자유의지를 함부로 침범하지 않는다. 아니, 절대로 침범하지 않는다. 하물며 세상이랴. 창조주도 침범하지 않는 절대 성역을 세상의 그 무엇이 침범할 수 있겠는가? 부모라고 해서 침범할 수 있겠는가? 부부라고 해서 침범할 수 있겠는가? 월급 주는 사장이라고 해서 침범할 수 있겠는가? 권력을 위임받은 대통령이라고 해서 침범할 수 있겠는가? 가당치 않다. 한 사람의 자유의지는 결코 양도할 수 없는 존재의 마지막 보루이며, 절대 침범해서는 안 되는 최후의 성역이다.
그러고 보니 명확해진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접한다는 것의 궁극 -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의 궁극은 다른 게 아니라 사람의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일이라는 것이. 잘 입히고, 잘 먹이고, 잘 챙겨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자유의지를 존중하는 것이 훨씬 더 궁극적인 사랑이요, 사람에게 걸맞은 사랑이라는 것이.
그런데 안타깝게도 자유의지를 존중하지 않는 분위기가 우리 사회를 압도하고 있다. 하나님도 침범하지 않는 자유의지의 성역을 너무 쉽게 침탈하고 있다. 그것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특히 부모가 자식에게 그런다. ‘널 사랑하니까 너는 이렇게 해야 돼’가 우리네 가정의 일상이다. 사장은 자기가 고용했다는 이유로 직원의 자유의지를 짓밟고, 선배는 선배라는 이유로 후배의 자유의지를 짓밟고, 선생님은 선생님이라는 이유로 학생의 자유의지를 짓밟는다. 대통령은 국가를 위한다며 백성의 자유의지를 짓밟고, 우리 모두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패거리 문화로 서로의 자유의지를 짓밟는다. 인터넷 세상에서는 익명이라는 방패 뒤에 숨어서 개인의 사생활을 폭로하고, 벌떼처럼 몰려다니며 서로의 인격을 짓밟는다.
사실이다. 우리 사회에는 상대방의 자유의지를 무시하는 문화가 깊게 배어 있다. 거의 내면화 습성화되어 있다. 상대방의 자유의지가 마치 내 것이라도 되는 양 내 맘대로 판단하고 지시하고 억압하는 습성이 깊게 내면화되어 있다. 때문에 내가 얼마나 상대방의 자유의지를 짓밟고 있는지, 상대방의 자유의지를 무시하는 것이 얼마나 심각한 죄악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이것은 어쩌면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정(情)의 문화의 이면일 수도 있다. 서로에게 살갑게 다가가는 情의 문화가 우리 사회의 최대 강점인 것이 사실이나, 情의 문화에 드리워진 그림자가 오늘날 역으로 우리 사회를 좀먹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情은 서로를 끌어당긴다. 情은 구심력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사랑은 구심력으로만 작용하는 게 아니라 원심력으로도 작용한다. 그것이 情과 사랑의 차이점이다. 때문에 한 사람의 주체성을 인정해주고, 천부적인 자유의지를 존중해주는 삶의 문화를 체득하기 위해서는 情을 넘어 사랑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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