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르튀프적 존재를 넘어 안녕하세요? 백로가 지나서인지 조석 기운이 제법 시원합니다. 이맘 때면 병처럼 가을 들녘에 나가 그 황홀한 노란 빛 속에 머물고 싶어집니다. 이상하지요?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는 벼포기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눈을 감으면 어떤 충만함이 느껴집니다. 종교체험과는 다른 묘한 느낌입니다. 바람과 햇빛과 달빛이 만들어낸 적요한 장관 앞에서 한껏 겸허해집니다. 어제는 초면이었지만 마치 오랜 지기를 만난 것처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비교적 낯가림이 좀 있는 편인데, 처음부터 마음을 열고 귀를 기울일 수 있었던 것은 너무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언어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다소 지친 듯 보이긴 했지만 말 속에 담겨 있는 진실과 열정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도종환은 라는 시에서 "장군죽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