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씀/-매일 묵상 1934

예수님의 시험 (3)(막 1:13)

'광야에서 사십 일을 계시면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시며 들짐승과 함께 계시니 천사들이 수종들더라.' (막 1:13) 예수님이 사탄에게 받은 첫 번 시험은 다음과 같은 요구였습니다. “네가 만일 하나님의 아들이어든 명하여 이 돌들로 떡덩이가 되게 하라.”(마 4:3) 사탄의 요구가 흥미롭습니다. 그는 “당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면 .... ”하고 단서를 붙였습니다. 예수님은 주변에서 이런 질문을 숫하게 받았을 겁니다. 그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그런 의심을 하지 않았을까요?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인지 아닌지 무엇으로든지 한번 증명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을 법합니다. 그 방법이 곧 돌로 떡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이렇게 질문해봅시다. 예수님은 돌로 떡을 만들 수 있었을까요? 아마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렇게 ..

예수님의 시험 (2)(막 1:13)

'광야에서 사십 일을 계시면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시며 들짐승과 함께 계시니 천사들이 수종들더라.' (막 1:13) 제가 신학대학교 학부에 다닐 때인지, 아니면 전도사 생활을 하고 있을 때인지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아주 오래 전 니코스카잔차키스의 (이하 ‘최후’)을 흥미진진하게 읽은 적이 있습니다. 같은 저자의 는 별로 기억에 남지 않지만 의 내용은 큰 틀에서 그대로 남아있는 걸 보면 그 책이 젊은 시절의 내 감수성을 크게 흔들었던 것 같습니다. 의 이야기는 무장독립 운동을 하던 아들이 체포되어 십자가에 처형당하게 된 어느 유대여인네의 절규로 시작됩니다. 이 여인은 예수에게 와서 저주를 퍼붓습니다. 네가 만든 십자가로 내 아들이 죽게 되었다. 너도 앞으로 내 아들처럼 십자가에 처형당할 것이다. 예수는..

예수님의 시험 (1)(막 1:13)

'광야에서 사십 일을 계시면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시며 들짐승과 함께 계시니 천사들이 수종들더라.' (막 1:13) 마가복음 기자는 예수님의 광야에서 40일 동안 머물면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았다고 설명합니다. 아직 공적으로 하나님 나라를 선포하기도 전에 사탄으로부터 시험을 받는다는 것은 별로 기분 좋은 일은 아닙니다. 마가복음은 이 사건을 단순사실로 보도하는데 그칩니다만, 다른 공관복음서 기자들은 그 시험을 세 가지 종류를 자세하게 설명합니다. 돌을 빵이 되게 하라, 성전에서 뛰어내려라, 나에게 절하라. 이 세 가지 시험에 관해서는 잠시 뒤로 미루고, 오늘은 마가복음 기자의 보도를 충실히 따라가는 의미에서 예수님이 사탄에게 시험받았다는 그 사실 자체에 대해서만 생각하겠습니다. 우선 하나님의 아들이 사단에..

몰아내는 힘, 성령 (막1:12)

'성령이 곧 예수를 광야로 몰아내신지라.' (막1:12) 마가복음 기자는 세례를 받으신 예수님을 성령이 광야로 몰아내셨다고 설명합니다. 그 성령은 예수님이 세례 받을 때 하늘로부터 내려온 영이겠지요. 우리는 일반적으로 오순절을 성령 임재의 시기로 잡지만 예수님의 활동이 이미 성령의 주도로 일어났다는 점에서 오순절 운운은 정확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굳이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을 정당화하려면 예수님의 활동과 함께 했던 성령이 오순절에 초기 그리스도교 공동체에서 구체화했다고 말할 수는 있지만, 이런 설명은 조금 궁색합니다. 이런 설명은 복음서와는 달리 사도행전의 배경이 되는 누가 공동체와의 관계에서 해명되어야 합니다. 그건 그렇다 하고, 성령이 예수님을 광야로 몰아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려면 우선 ‘성령’이..

하나님의 기쁨 (막1:11)

'하늘로부터 소리가 나기를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하시니라.' (막1:11) 하늘로부터 울린 소리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이고, 다른 하나는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입니다. 첫 번째 소리는 우리가 어제 묵상했습니다. 오늘 우리는 두 번째 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합니다. 하나님이 기뻐한다는 말을 통해서 마가복음 기자는 무엇을 전하려는 것일까요? 어느 정도 신앙의 연조가 깊은 그리스도인들의 성서읽기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성서 텍스트를 어떤 고정된 틀로만 접근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성서를 진지하게 들여다 볼 여유가 없습니다.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합니다. 그들은 반복적인 성서공부와 설교를 통해서 이미 모든 대답을 알고 있는 것 같은 태도를 취하고 있..

사랑하는 아들 (막1:11)

'하늘로부터 소리가 나기를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하시니라.' (막1:11) 하늘로부터 울린 그 소리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마가복음 기자를 비롯한 공관복음서 기자들이, 더 정확히 말해서 초기 그리스도교회가 고백하고 있는 핵심은 이미 마가가 복음서의 첫머리에서 언급했듯이 “예수님은 하나님의 아들”이라는 명제입니다. 그리고 단순히 아들일 뿐만 아니라 구약성서에 의해서 예수님은 하나님의 외아들로 해석됩니다. ‘해석’이라는 말에 대해서 조금 의아하게 생각하는 분들이 있겠지만, 그 문제는 우리의 성서읽기가 계속되는 한 끊임없이 제기될 것 같습니다. 예수 그리스도 사건은 역사입니다. 그러나 그 역사는 실증적인 게 아니라 해석된 것입니..

하늘로부터의 소리(막1:11)

'하늘로부터 소리가 나기를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 하시니라.' (막1:11) 전체적인 틀에서 볼 때 예수님의 세례에 관한 공관복음서의 보도가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그 순간에 나타난 세 가지 현상에 관해서는 일치합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하늘이 갈라졌다는 것, 비둘기 같은 성령이 임한다는 것, 하늘로부터 소리가 난다는 것 말입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선 이 세 가지 현상은 예수님의 세례 사건이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분명하다는 뜻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조금 생각을 바꿔서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이 세례를 받을 때는 아직 제자들을 선택하기 이전입니다. 예수님을 따라다니며 가르침을 받고 수발을 들던 제자들이 없었다면 도대체 누가 예수님의 세례 ..

비둘기 같은 성령

'곧 물에서 올라오실새 하늘이 갈라짐과 성령이 비둘기 같이 자기에게 내려오심을 보시더니' (막1:10) 예수님이 세례 받을 때 나타난 두 번째 현상은 하늘로부터 내려온 비둘기 같은 성령입니다. 마가는 왜 성령의 임재를 비둘기 모양으로 묘사하고 있을까요? 비둘기가 평화를 상징한다는 일반적인 생각에서 본다면 마가는 이 장면에서 예수님이 이 세상에 참된 평화를 시작하신 분이라는 사실을 암시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또는 뱀같이 지혜롭고 비둘기같이 순결 하라는 예수님의 말씀을(마 10:16) 근거로 삼는다면 예수님이야말로 죄가 없이 순결하신 분이라는 의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비둘기와 관련된 구약성서 구절 중에서 두 군대만 더 짚어봅시다. 노아 홍수가 끝날 무렵에 비둘기가 등장합니다. 40일 동안의 대홍수로 인해..

갈라지는 하늘 (막1:10)

'곧 물에서 올라오실새 하늘이 갈라짐과 성령이 비둘기 같이 자기에게 내려오심을 보시더니' (막1:10) 마가복음의 보도에 따르면 예수님이 세례 받으시는 순간에 나타난 특별한 현상은 세 가지였습니다. 첫째는 하늘이 갈라진 것이며, 둘째는 비둘기 같은 성령이 내려왔으며, 셋째는 하늘로부터 소리가 들렸습니다. 오늘의 이야기는 첫 번 현상입니다. 예수님이 요단강 물속에 잠겼다가 올라오는 순간에 하늘이 갈라졌다고 합니다. 도대체 하늘이 어떻게 갈라졌다는 것일까요? 하늘이 갈라질 수 있나요? 간혹 먹구름 사이가 열리고 햇살이 내리비출 때 하늘이 갈라지는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긴 하지만 오늘 마가복음 기자가 그런 물리적인 현상을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늘이 갈라졌다는 말을 이해하려면 고대인들이 하늘을 무엇으로..

예수의 세례 (막1:9)

'그 때에 예수께서 갈릴리 나사렛으로부터 와서 요단강에서 요한에게 세례를 받으시고' (막1:9) 공관복음은 예수님의 세례에 관한 이야기를 약간씩 다른 뉘앙스로 전합니다. 마가복음은 예수님이 요한에게 세례 받았다는 사실을 단순하게, 직설적으로 보도합니다. 아마 당시의 그리스도인들은 이 사실을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메시아이신 예수 그리스도가 세례 요한에게 세례를 받는다는 게 말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태복음은 요한의 입을 통해서 그 상황을 이렇게 풀어냅니다. “내가 당신에게서 세례를 받아야 할 터인데 당신이 내게로 오시나이까?”(마 3:14). 누가복음 기자는 마가복음의 ‘요한’과 마태복음의 해명성 발언을 모두 생략한 채 예수님이 세례 받으셨다는 사실만 보도합니다. 왜 예수님이 세례를 받으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