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탑이 있는 마을 누가 입술 둥근 나를 마셔다오 낡은 종탑 하나만 있어도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늘 울었지만 들키지 않았던 애통은 저토록 목이 메어 백 년을 울고 있으니 나도 나에게 얻어맞으며 몸 차가운 이 형벌을 울어야겠다 파란 정맥 같은 풀잎의 지파들도 저마다의 십자가를 딛고 닳아버린 이목구비를 공중에 매달고 있구나 아무도 울리지 않으려면 누구든 먼저 울어야 한다고 종소리는 종을 떠나며 울고 종탑을 내려와 사람의 마을로 제 슬픔에 길을 내며 녹슨 청동의 울음을 울 때 사랑한다 사랑한다 몸을 던져 울리는 종소리만 있어도 세상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만방의 어두운 곳을 어루만지며 이팝꽃 피고 종소리 머물던 가슴마다 한 채씩 종탑이 일어선다 깨울 영혼이 있는 한 종을 울리는 자는 그치지 않을 것이므로 안개 ..